구글발 '쿠데타'에 삼성 '바다' 재조명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이하늘 기자 2011.08.1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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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개발한 '실험용 OS'서 안드로이드 대체카드로 급부상

삼성전자 바다 2.0버전 스크린샷. 삼성전자 바다 2.0버전 스크린샷.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세계 IT업계가 빅뱅의 소용돌이에 빠진 가운데 국내 제조사 유일의 독자 운영체제인 삼성전자 '바다'가 재조명되고 있다.

향후 세계 IT시장이 모토로라를 품에 안은 구글과 노키아와 손잡은 MS, 애플의 3파전 양상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자칫 삼성과 LG, 팬택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독자 OS를 육성하지 않을 경우 자칫 구글과 MS 등의 플랫폼 업체들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것이다.



실제 16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최지성 부회장으로부터 구글 모토로라 인수 여파와 애플 소송상황을 보고받은 뒤 자체 OS인 바다를 강화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다'(Bada)는 삼성전자가 지난 2009년말 발표한 독자적인 OS로, 지난해부터 중저가 스마트폰인 '웨이브' 시리즈에 탑재되며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인 '갤럭시' 시리즈와 함께 삼성 스마트폰의 양대축을 형성하고 있다.



2년전 바다를 처음 내놨을 때만해도 경쟁력에 대한 의문과 함께 안드로이드의 견제카드에 불과한 '실험용 OS'라는 비아냥이 적지않았다. 하지만 구글의 인수 발표 뒤 바다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물론 서둘러 안드로이드에 버금가는 개방형 OS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도 제조사들의 안드로이드 의존성을 거론하며 "삼성이 바다를 개방할 경우 이를 채택할 의사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혀왔었다.

구글발 '쿠데타'에 삼성 '바다' 재조명
문제는 바다의 현재 시장내 위상이 그리 녹녹치 못하다는 점. 2분기 바다OS의 스마트폰은 206만대가량이 팔렸는데 시장점유율은 1.9%에 불과하다. 안드로이드(43.4%), iOS(애플, 18.2%)에 미미한 수준이다. 개방형 OS로서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지도 미지수다.

다만 지난 1분기 이후 MS 윈도폰을 앞선 것은 긍정적 신호다. 의외의 선전이 이어지자 시장조사업체인 카날리스는 바다를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를 이을 '제 3의 플랫폼'으로 꼽기도 했다.


그동안 갤럭시S 등 안드로이드폰에 집중한 나머지 바다폰 판매에는 소극적이었던 삼성도 본격적인 바다 확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최근 바다에 위젯기능과 근거리통신(NFC), 최신 웹기술인 HTML5, 멀티태스킹(복수프로그램 동작기능) 등을 강화하며 기능개선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장기적으로 바다를 개방형 OS로 발전시키고 스마트 TV 등 가전까지 아우르는 범용 OS로 확장한다는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삼성은 바다 최신버전인 2.0을 탑재한 웨이브3폰을 내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에서 선보일 것으로 전해졌다.



↑ 삼성 바다를 탑재한 웨이브578↑ 삼성 바다를 탑재한 웨이브578
바다와 함께 삼성이 리더십을 가진 리모(리눅스모바일)도 재조명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자사 삼성리눅스플랫폼(SLP)을 모바일 리눅스 플랫폼단체인 리모재단에 기증한 데 이어 '리모4'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오는 9월께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리모는 바다에 비해 안정성이 높은데다 중립적 성격의 개방형OS라는 점에서 이통사들의 지원사격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아직 시판되지 않은 만큼 경쟁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HMC 투자증권 노근창 수석연구위원은 "삼성은 구글이 언젠가 뒷통수를 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미리 바다OS를 준비 한 것"이라며 "당분간 복수OS 전략을 택하면서 독자OS인 바다를 대중화하는 전략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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