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오리알' RIM, 살려면 팔려야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11.08.1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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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작아 구글 업은 모토로라에 밀릴 것… 경쟁력 남았을 때 제휴·매각 해야"

스마트폰 블랙베리와 태블릿PC 플레이북을 만드는 리서치인모션(RIM)이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했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키로 하면서 경쟁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아져 생존경쟁에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된 것.

이미 시장점유율을 잃어가던 RIM은 모바일 시장의 합종연횡 속에서 같은 처지인 모토로라가 구글의 선택을 받자 이제 황무지에 홀로 남게 됐다. 그나마 경쟁력이 있을 때 다른 업체들과 제휴를 맺거나 팔리는 것이 유일한 생존전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쟁력 약화…모토로라에도 밀릴 것"=RIM은 그동안 모바일 시장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소비자들이 휴대폰을 통해 게임과 웹서핑을 즐기고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데 흥미를 갖게 되면서 시장점유율을 잃어 갔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RIM은 지난 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2%로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9%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안드로이드폰은 점유율을 43%까지 확대했다. 애플 아이폰도 지난해 14%에서 올해 18%로 점유율을 늘렸다. RIM은 부진이 계속 이어지면서 주가도 급락해 올해 들어서만 53%나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구글의 품에 안긴 모토로라가 RIM의 근거지마저 위협하고 있다. 컨설팅 업체 IDC의 윌 스토페가 이사는 "구글의 현금과 소프트웨어 기술력으로 봤을 때 모토로라는 RIM의 텃밭인 기업시장에서 직접적인 장애물이 될 것"이라며 "모토로라가 막대한 군자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RIM은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RIM은 그동안 모바일 시장이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다양한 합종연횡을 벌일 때 대세를 따라가지 못했다. 비슷한 처지인 노키아는 지난 2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또 휴렛-팩커드(HP)도 지난해 휴대폰 제조업체 팜을 인수했다. 애플은 기업인수 없이도 지난주 세계 최대 시가총액 기업에 등극하는 등 경쟁업체들은 환경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했다.

RIM은 내부적으로도 변화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주주인 노스웨스트앤에티컬인베스트먼트가 회장과 최고경영자(CEO)의 역할 분리를 요구했다. 이사회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어 7월에는 유명 애널리스트인 RBC캐피탈마켓의 마이크 아브람스키가 네트워크와 휴대폰 사업의 분리 등 전략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같은달 RIM은 2000명 혹은 인력의 10% 감원 계획을 발표하고 8월에는 블랙베리 스마트폰 3가지 새 모델을 출시했지만 전망을 밝게 돌리는데는 실패했다. 블룸버그통신은 "RIM은 경쟁을 위해서는 몸집을 더욱 키우고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IM도 특허권 있다…삼성에 팔릴까?"=모토로라가 구글에 넘어가게 된 계기로 RIM의 생존 대안 역시 제휴와 매각으로 좁혀졌다. 독립 애널리스트인 체탄 샤르마는 "RIM은 현 시점에서 황무지에 남겨졌다"며 "삼성전자나 HP, 델에 팔려야 한다"고 말했다.

피터 미섹 제프리앤코 애널리스트도 "RIM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기업 대상 영업력과 특허 가치 등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다"며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에 삼성과 애플, MS가 RIM의 지적재산권을 얻으려고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 목적이 특허권 확보에 있다고 밝혔듯 최근 모바일 시장에서 특허권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 얼마 전 파산한 캐나다 통신장비업체 노텔의 통신 관련 특허 6000여건을 MS, RIM 등의 컨소시엄이 무려 45억 달러에 인수키로 했을 정도다. 이는 특허 건당 약 75만 달러에 이르는 값이다.

이같은 점에서 RIM도 인수 대상 기업으로서 가치가 있다. 미 특허청에 따르면 RIM은 모바일 보안, 이메일 등과 관련해 2033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제휴나 매각을 추진한다면 특허 가치가 높아진 지금이 적기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이마저도 어렵다고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마이클 마호니 팰컨포인트캐피탈 이사는 "RIM이 특허를 갖고 있다고 해서 다른 업체들보다 인수 대상 기업으로서 매력이 더 있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RIM이 보유한 특허 규모는 모토로라의 1만7000건에 비해 턱없이 적다.

또 태비스 맥커트 모간키건 애널리스트도 "RIM은 삼성이나 MS와 제휴를 해야 하지만 기존 경영전략을 바꿀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RIM은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려야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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