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달러·유로에 대한 신뢰가 상대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아시아 신흥국 통화가 '안전자산' 반열에까지 오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 2주간 통상 '위험자산'으로 치부되던 아시아 통화가치가 미 달러대비 하락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등 이례적인 모습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은 지난 주 위안화 가치를 달러대비 0.8% 절상했다. 급격한 정책 변화를 지양하는 중국이 변동성 높은 시장 상황에서 취한 조치로는 꽤 공격적이다. 투자자들은 통상 아시아 통화들을 위안화 방향의 가늠자로 여긴다.
아시아 통화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 신호 중의 하나로 지난 주 글로벌 금융시장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아시아 통화 표시 채권 펀드로 자금이 계속해서 유입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투자자들이 아시아 통화 대한 익스포저를 늘리는 방식은 주로 아시아 통화 표시 채권 매입을 통해서다.
드미트리오스 이프차티오 RBS 채권 투자전략가는 "아시아 통화 채권 펀드들은 지난 주 유일하게 자금이 유입된 '위험자산'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선진국 하이일드 채권 펀드에서는 역대 가장 많은 자금이 이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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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은행에 따르면 올해 첫 7달 간 아시아 주요 5개국 시장에서 해외 투자자들의 아시아 통화 표시 채권 매입은 530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매입량이 660억 달러임을 감안할 때 급격한 증가세다.
WSJ에 따르면 한 유명한 차트가 지난 주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JP모간체이스와 블룸버그가 개발한 증시 수익률 대비 아시아 통화 지수다. 차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아시아 통화들이 지난 몇 달 간 증시가 하락할 때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아시아 통화가 하락할 때 증시는 반대로 움직였다.
과거 투자자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패닉이 발생할 때 주식·채권·통화 할 것 없이 아시아 자산들은 모조리 팔고 미 달러를 샀다. 유럽위기가 이보다 더 심화된다면 이 같은 추세가 반복될 수 있으나 아직은 이런 현상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아시아 통화의 인기는 아시아 정부의 재정 수지가 건전하고 이미 성숙기에 접어 든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 비해 기업들의 성장 동력 역시 강력하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또 아시아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대출을 줄여 왔기 때문에 글로벌 경기가 하강 충격에 빠질 경우 부양책을 쓸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크다.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쌓아 온 막대한 외환보유액도 아시아 통화의 안정성을 높여준다.
여기에 지난 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년 간 제로수준 금리를 유지키로 밝히며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제공하는 아시아 통화 매력이 더욱 높아졌다.
BoA-메릴린치의 시냐는 "아시아 내에서 자원 재배분이 일어나고 있다"며 "주식에서 채권으로 자원이 재 배분 됐기 때문에 아시아 통화 매도세가 거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