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車할부금융 아성 흔들려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1.08.1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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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현대캐피탈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249,500원 ▼500 -0.20%)의 신차 금융시장 중 현대캐피탈의 할부금융 비중(인수율)은 지난해 9월 43.5%에서 지난 3월 30.4%로 13.1%포인트나 떨어졌다. 지난 6월 인수율도 30% 수준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현대차 신차를 뽑는 사람 10명 중 4.3명은 현대캐피탈을 이용했지만 현재는 3명 정도밖에 안 된다는 의미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차가 56.48%, 해외 합작선인 GE가 43.3%를 갖고 있는 회사다.



이같은 변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우선 시중은행의 자동차할부금융시장 진출이 꼽힌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지난해 2월, 5월에 자동차 대출상품을 내놨다.

신한은행의 경우 마이카대출 잔액은 지난해 6월 533억원에서 올해 6월 3535억원으로 7배이상 늘었다. 현대캐피탈은 영업사원 등의 권유에 의존하는데 비해 은행들은 지점 등을 통해 접근성이 뛰어난 장점이 있다.



또 할부금융사의 상품을 이용하기보다 현금을 내고 차를 사거나 신용카드를 이용한 후 결제대금을 넣는 경우도 많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영향으로 현대캐피탈의 시장점유율은 할부금융업계 내에서 하락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할부금융사의 자동차 할부금융수익 중 현대캐피탈의 비중은 2009년1분기에 72%에 달했다. 하지만 2분기 60%, 3분기 55%, 4분기 53%로 2009년 한해동안 19%포인트나 하락했다. 이어 지난해에도 1분기 52%에서 2~4분기 47%로 낮아지며 독과점 지위를 잃었다.

카드사들도 결제금액의 1~1.5%의 캐시백을 내세워 자동차 할부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하나SK카드 '메가캐쉬백 체크카드'는 자동차 구매 시 한도 제한 없이 구매금액의 1.3%를 현금으로 돌려준다. 신한카드는 신차 구매로 1000만원 이상 이용 시 1%, 2000만원 이상 이용 시 1.5% 캐시백(최대 50만원)을 제공한다. 삼성카드 역시 결제금액의 1%를 현금으로 되돌려준다.

현대카드의 M카드의 이용액이 늘어날 수록 현대캐피탈의 할부금융 실적이 줄어드는 결과도 나타난다.

요즘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은행과 카드사의 대출금리가 캐피탈사보다 낮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에서 캐피탈사가 밀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자동차 할부시장이 2009년초 정점을 찍고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금융위기에 자동차할부를 해주는 곳이 현대캐피탈 밖에 없었기 때문에 시장점유율이 높았지만 당시에도 현대캐피탈의 할부로 차를 사는 비중은 45%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대캐피탈의 시장점유율은 지금이 정상적인 상황으로 올해 들어서는 큰 변화가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또 회사 전체의 순익도 2008년 3770억원에서 지난해 5115억원으로 큰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이 해외 진출 확대를 모색하는 것이 최근 시장점유율 하락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지난해 오토론을 선보이며 공격적으로 시장에 들어오고 있는데다 저축은행까지 자동차 할부 등 할부금융업 겸영이 가능해질 예정이어서 현대캐피탈도 위기의식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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