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최상위 프랑스, 과연 위험한가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2011.08.1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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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위(G5)이자 유럽 2위 경제대국인 프랑스의 신용등급은 최상위인 '트리플A(AAA)'다. 무디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사 빅3 모두 이를 확인했지만 시장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증시가 이를 말해줬다.

미국에 이어 프랑스가 최상위 신용등급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유럽뿐 아니라 뉴욕증시가 이날 또 요동쳤다. 특히 프랑스 익포저(노출)에 금융주들이 흔들렸다.



프랑스 2위 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은 14.74% 하락, 1989년 이후 장중 최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BNP파리바는 9.47% 떨어졌고 크레디 아그리콜도 11.81% 밀렸다. 프랑스 은행들이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국채에 대한 위험노출(익스포저) 비중이 무척 높다는 점도 작용했다.

미국 규제 당국이 자국 은행들에 대해 유럽은행들에 자금을 빌려주지 말도록 한 이후에 프랑스 은행들이 자금을 빌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시장의 우려를 높인 배경이 됐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설명했다.



이날 프랑스 남부 리비에라에서 휴가를 즐기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일정을 중단한 채 복귀, 대통령궁에서 프랑수아 피용 총리와 프랑수아 바루앵 재무장관, 크리스티앙 누아예 프랑스은행 총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회의에서 "재정적자 감축노력은 의무"라며 추가 증세와 지출축소를 통해 계획한 재정적자 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프랑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를 올해 5.7%, 내년 4.6%, 2013년 3%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바루앵 재무장관은 회의 후 기자들에게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S&P에 의한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시장 우려 영향과 관계없이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과 신평사의 등급 확인도 시장의 우려를 꺾어놓지는 못했다. 시장의 우려는 프랑스가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핀란드, 룩셈부르크가 속한 유로존 'AAA' 클럽에서 경제 기초가 가장 취약하다는 점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는 지난해 7.1%에 달한다. 유로존에서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아일랜드만이 이보다 높다. 프랑스가 재정적자 감축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하지만 실현가능성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라 붙고 있다.



감축목표는 연간 성장률이 앞으로 3년간 최소 2% 이상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GDP는 올 하반기 약 2.0% 성장이 예상된다. 실업률이 9% 수준인 상황에서 앞으로 긴축재정 기조가 유지되면 성장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GDP 대비 공공부채 비중은 올해 85% 수준으로 유로존 권장 수준인 60%를 훨씬 넘어선다.

더욱이 프랑스는 세금이 이미 높은 상황에서 성장률이 둔화된다면 긴축정책에는 정치적으로 타협이 힘든 재정지출 삭감이 담겨야 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프랑스에서 이는 수월한 일이 아니다. 프랑스는 1974년 이후 균형재정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다음달 6~7일 예정인 임시의회에서 2011년 예상조정안을 통과시켜야 하지만 야당인 사회당은 표결에서 이를 부결시키기로 뜻을 모은 상태이다. 야당 측에선 예산조정안을 대선에서 권력을 잡기 위한 전력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이미 실질적으로 강등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프랑스의 10년물 국채와 독일 국채의 수익률 차이인 스프레드는 0.85%까지 벌어졌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세배로 벌어졌다. 이 같은 상황이 프랑스의 신용등급 강등 우려를 키우고 있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도 골칫거리다. 지난달 21일 유로존 정상들이 이 기금을 4400억유로로 증액하자고 합의한 이후 추가 증액은 결정된 것이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럽위기가 해결되려면 이 자금이 상당히 늘어나야 한다고 보고 있다. 유럽통계기관 유로스타트가 EFSF 기금이 총 부채에 포함되도록 한 가운데 EFSF에 기여가 큰 프랑스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에볼루션 증권의 스트래터지스트 게리 젠킨스는 뉴욕타임스(NYT)에 "신평사들의 등급과 별개로 프랑스에 대해선 수많은 시장 잡음이 있다"며 "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국가들과 미국이 신용강등되기 전에도 시장 잡음이 있었다"고 주지시켰다.



신용강등은 유로존을 넘어 글로벌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티시스 은행의 이코노미스트 장 크리스토페 카페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전에도 프랑스에선 압력이 있었다. 프랑스는 유로존의 두번째 경제 엔진이기 때문에 프랑스가 강등된다면 유로존의 성장은 느려지기 시작할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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