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로 '헤지펀드' 해지...운용사 '곤혹'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2011.08.1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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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헤지펀드 계좌 청산, 숏포지션 정리 등 분주...공매도 종목 급등

금융위원회가 주식시장 안정을 위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면서 증권 및 자산운용업계가 공, 사모 헤지펀드 운용에 차질을 빗고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을 앞두고 자기자본(PI) 투자에 나섰던 일부 증권사와 투자자문사는 헤지펀드 계좌를 해지하는가 하면, 자산운용사들은 공매도를 청산하고, 이를 대신할 대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10일 증권 및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A자문사는 이날 자기자본으로 시범 운용하던 헤지펀드 계좌를 해지했다.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더 이상 숏포지션(매도포지션)을 운용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탓이다.

A자문사 대표이사는 "공매도가 금지되면 개별종목을 대상으로 한 롱숏전략은 사실상 반쪽짜리가 돼 포기해야 한다"며 "공매도했던 주식을 사서 기존 숏포지션을 모두 정리하고 계좌를 해지했다"고



B증권사는 공매도 금지가 발표된 전날 이미 시범 운용하던 헤지펀드 계좌를 청산했다. B증권사 PI본부장은 "공매도 금지되면 롱포지션만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운용 자체가 안된다"며 "공매도 금지가 언급되자마자 바로 숏포지션을 모두 정리하고 계좌를 해지했다"고 말했다.

고객 돈으로 공사모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자산운용사들은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임의로 펀드를 청산할 수 없는데다 자칫 전략수정에 따른 기대수익률 하락 등 고객 불만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신운용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로 롱숏이 불가능해져 다소 난감한 상황"이라며 "일단 선물을 이용한 바스켓트레이딩 등 여러 가지 전략으로 롱숏전략을 보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업계관계자는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대부분의 운용사들이 어제와 오늘 숏포지션을 정리했을 것"이라며 "개별종목 대신 코스피200선물 등을 이용한 롱숏도 가능하지만 이 경우 기대수익률이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가 이처럼 헤지펀드의 숏포지션 청산에 나서면서 공매도 종목들의 주가가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숏포지션 청산을 위해서는 공매도했던 주식을 사들여 되갚아야 한다.



실제 증시폭락 기간 동안 공매도가 몰렸던 현대하이스코는 이날 13.16% 급등했고, 아모레퍼시픽, 하이닉스, 현대제철 등도 3~4% 상승했다.

대형운용사 한 펀드매니저는 "공매도 금지로 숏포지션 정리를 위한 수요가 몰리면서 주가를 부양한 것 같다"며 "하지만 정리할 물량들이 이미 어느정도 소화된 상태라 수요가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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