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 브레이크가 없다...속타는 일본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2011.08.1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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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일본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으로 주춤했던 엔화가치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 미국이 2013년 중반까지 `초저금리` 기조를 약속하자 달러화가 떨어지며 엔화를 밀어 올리는 모양새다. 요동치고 있는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도 안전자산 엔화 매수세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엔화 가치는 지난주 일본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이전 수준까지 상승했다. 잠시 숨을 돌렸던 일본 수출기업은 다시 긴장 모드다. 더욱이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쉽게 끝나지 않을 조짐이고,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도 여전히 잠복해 있다. 일본이 추가적으로 대규모 시장개입에 나서지 않는 한 당분간 엔화 강세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10일 일본 의회에 출석해 "외환시장의 일방적인 움직임(엔화강세 기조)이 대지진으로부터 회복중인 일본 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4일 시장 개입 때 했던 발언 그대로다.

엔/달러 환율은 일본이 지난주 시장에 개입한 이후 80엔을 넘어서는 상승(엔화가치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76.84엔까지 떨어지며 시장 개입 직전(76.97엔)보다 더 밀렸다.



◆ 일본 시장 개입 무력화..엔화가치 개입 전 보다 더 상승

지난 4일 일본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하자 엔/달러 환율은 단숨에 80엔을 상회, 시장에 약발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문가 추산으로는 지난주 일본의 시장 개입 규모가 4조5000억엔(590억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유럽 재정위기 우려감 고조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을 팔고, 안전한 엔화를 마구잡이로 사들였고 이 과정에서 엔화가치가 다시 뛰어 올랐다.

설상가상으로 미국발 악재까지 더해졌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8월 정례회의에서 초저금리(0.~0.25%)인 기준금리를 2013년 중반까지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바람에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며 엔화를 밀어 올렸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기에 FOMC 회의 결과 등 3대 악재가 쏟아져, 일본의 시장 개입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리투카 나오키 미즈호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지난주 시장 개입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면서 다만 "G7(서방 선진7개국)의 지지가 없다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주 일본이 전격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자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시장 개입은 반드시 다자간의 합의에 의해 추진돼야 한다며 일본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리투카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나면 엔화는 더욱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일본이 엔화강세를 꺾기 위해 주변국의 비난을 감수하며 시장에 더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일본 수출기업 아우성..정부 차원 지원책 만들어 질 듯

엔화 가치가 치솟자 일본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후지중공업, 스바루자동차, 엘피다 메모리 등 한국 등 주변국과 경쟁해야 하는 수출 제조업체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달러화 약세는 주변국 통화가치도 밀어 올리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안전자산에 매수세가 몰려, 엔화의 가치는 주변국 통화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며, 일본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엔고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수출기업 지원에 팔을 걷어부칠 것으로 보인다.



에다노 유키오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엔화가 국내보다 해외 요인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지진과 쓰나미 피해 복구를 위한 3차 재건 계획에 일본 기업에 대한 지원책이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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