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자의석 해석이 아니라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추기 전에 이미 미국 대표적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심층 분석한 내용이다.
'아버지' 부시 행정부 때 대통령의 수석 경제보좌역을 지낸 후버연구소의 마이클 J. 보스킨 연구원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단어로는 미국 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을 2085년까지 현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향후 75년간 매년 GDP의 8.3%에 달하는 재정지출 감축이나 그만큼의 세금 인상, 혹은 둘의 조합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이 향후 수십년간 15조달러를 절약해야 한다는 의미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채무한도 증액 협상 때 처음 제시했던 향후 10년간 4조달러의 재정적자 감축 규모의 3배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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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 J. 코틀리코프 보스턴대학 교수와 제리 그린 하버드대학 교수는 2006년에 발표한 '국가 재정적 용어의 전반적인 상대성에 관하여'란 제목의 논문에서 국가 재정에도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의 부채 규모가 관련 용어를 어떤 의미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 부채라는 것 자체가 상대적 개념이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미국의 부채가 14조3428억4108만3049.67달러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부채에 무엇을 포함시킬 것인가는 순전히 정치적 선택이다.
예를 들어 미국 재무부가 발표하는 부채는 국채 발행 규모이며 미국 정부가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미래의 노년층에게 지급해야 하는 연금 의무는 포함되지 않는다.
◆사회보장연금 지급 의무 포함하면 美부채 규모 상상초월
하지만 근로자들이 급여에서 연금보험료를 떼내 납부하고 훗날 연금을 받는 방식이 아니라 미국 사회보장국에서 채권을 사서 보유한 뒤 퇴직 후 채권의 원금을 상환받는 방식으로 사회보장제도가 운영된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미래에 연금을 받기 위해 돈을 내는 방식이 연금보혐료 납부에서 채권 매입으로 바뀌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연금 지급 의무는 국가 부채에 포함되며 미국의 부채 규모는 14조달러를 훨씬 뛰어넘어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는다.
이 때문에 부채 규모라는 모호한 용어보다는 CBO가 측정하는 재정적자(fiscal gap)라는 표현이 미국 정부의 자금 사정을 훨씬 더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재정적자는 세수에서 세출을 뺀 나머지를 말한다.
보스턴대학의 코틀리코프 교수는 CBO가 계산한 2085년까지 미국 재정적자 규모를 훨씬 뛰어넘어 기간을 무한대로 늘렸을 때 미국의 재정적자가 어떻게 되는지 계산해봤다.
이는 보험계리사들이 종신 연금보험과 관련, 향후 연금 지급 의무를 다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활용하는 계산법이다. 영원이라고 하지만 먼 미래에 지급해야 할 연금의 가치는 현재 가치로 할인하기 때문에 규모가 크게 준다. 결국 멀리 떨어진 미래일수록 돈의 현재가치는 "0"에 수렴된다.
◆美 항구적인 재정적자의 현재가치 211조달러
코틀리코프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무한대로 확장했을 때 미국의 미래 세수에서 미래 세출을 제한 재정적자는 211조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2003~2005년까지 CBO 이사를 지낸 더글러스 J. 홀트-이킨은 무한 계산법이 자의적인 가정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점 때문에 신뢰하지는 않지만 코틀리코프의 계산이 방향적으로는 "정확하게 맞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부채 문제와 관련해 상당히 잘못된 상황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베이비부머가 퇴직하면서 미국의 인구구조가 크게 변하고 있는 현실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노년층 인구가 늘어나면 노년층에 대한 복지제도 수요가 높아지고 이는 선거결과에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결과적으로 국가 정책이 젊은 세대의 활력을 빼앗는 쪽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코틀리코프 교수는 미국의 인구구조가 이미 이러한 변곡점에 도달했다며 미국이 한 때 남미 최대 부국이었다 지금은 국민소득이 중간 이하로 떨어진 아르헨티나를 닮아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미 '전미 퇴직증권 태스크포스' 등 노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익단체들은 노인들을 위한 의료보험인 메디케어 지원이 축소돼서는 안 된다며 의회에 이메일을 보내는 등 로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재정적자 감축 방법론은 상대적으로 부수적인 문제
이런 상황에서도 미국 의회는 부채 감축을 둘러싸고 '재정지출이냐 세금 인상이냐'라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방법론을 두고 갈등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위크는 방법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재정적자의 감축 규모라며 S&P와 같은 의견을 밝혔다.
S&P는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감축 규모가 4조달러는 돼야 한다고 밝혔고 오바마 대통령도 당초 4조달러의 재정적자 감축안을 제시했는데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4조달러가 중요한 이유가 있다. 4조달러는 GDP 대비 부채비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필요한 감축 규모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정치권이 합의한 재정적자 감축 규모는 최소 2조1000억달러로 4조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그나마 2조1000억달러 감축을 두고서도 미국의 경제 성장세를 억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비즈니스위크는 3가지 입장이 있다고 소개했다. 첫째는 재정적자 감축이 성장세에 미치는 타격은 미미한 수준이며 또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성장률 희생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홀트-이킨 같은 사람의 견해다.
둘째, 지금은 미국의 경제 성장세가 취약한 만큼 재정지출의 효과를 2013년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이안 셰퍼드슨은 "미국이 단기적으로 공격적인 재정긴축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학 교수처럼 미국 경제에 지금 필요한 것은 재정지출 감축이 아니라 오히려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일단 경기를 살려 놓아야 세수가 늘어 오히려 재정적자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이다.
◆지출 감축-세금 인상 등 모든 방법 동원해 적자 줄여야
비즈니스위크는 미국의 장기적인 재정 문제가 작은 것이라면 공화당이 선호하는 재정지출 감축만으로, 혹은 민주당이 좋아하는 증세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의 부채 문제는 하찮은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재정지출 감축과 증세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화당이 일자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부자 증세를 반대하는데 대해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세금을 1달러 올릴 때마다 줄어드는 수요의 규모는 1달러 미만이지만 재정지출을 1달러 줄일 때마다 나타나는 수요 감소 효과는 1달러로 더 크다고 지적했다.
브루킹스연구소 세금정책 센터의 로버트 윌리엄스 연구원은 "일자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말은 세금 인상뿐만 아니라 재정지출 감축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비즈니스위크는 미국이 부채 문제를 해결하려면 세금 감면을 줄여 세수 기반을 확대하고 과잉소비와 의료보험의 비효율성을 유발하는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메디케어와 사회보장 혜택의 감축도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이뤄져야 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