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해결사라던 도시형생활주택 "주차전쟁"

머니투데이 최윤아 기자 2011.08.1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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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물량비해 턱없는 주차장...비역세권 직장가 '울상'

↑10일 오후6시 서울 구로구의 한 도시형생활주택 지하 주차장. 퇴근 시간 전임에도 주차장이 만석이다.↑10일 오후6시 서울 구로구의 한 도시형생활주택 지하 주차장. 퇴근 시간 전임에도 주차장이 만석이다.


"밤 9시가 넘으면 주차가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지난 9일 오후 6시, 최근 입주를 끝낸 서울 구로구의 한 도시형생활주택.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마친 한 신혼부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차에서 내렸다.

부인 이모씨(26)는 "지하주차장 주차대수가 42대뿐이어서 조금만 늦어도 차를 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님에도 그의 말대로 지하주차장은 이미 만석이었다.



이 사업장은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22㎡ 68가구, 이하 전용면적 기준)과 오피스텔(28㎡ 90가구) 등 총 158가구 규모로 구성됐다. 규정대로라면 주차대수를 57대만 하면 되지만 지하주차장과 주차타워(40대)를 포함해 총 82대가 주차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그럼에도 2가구당 1대꼴의 부족한 주차시설로 입주민들은 퇴근시간에 치열한 주차전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른 입주민(56)은 "주차타워엔 경차만 주차할 수 있어 대형차는 아예 세울 수 없다"며 "경차라도 편리함 때문에 지하주차장에 먼저 세우려고 해서 중대형차의 경우 오후엔 주차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도시형생활주택 보급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주차규정을 대폭 완화했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의 경우 2가구당 1대꼴로 주차시설을 갖춰야 하지만 도시형생활주택은 120㎡당 1대다. 20㎡를 기준으로 하면 6가구당 1대꼴이어서 오피스텔에 비해 파격적인 혜택을 받는 셈이다.

이 때문에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이 더 늘어날 경우 주차난 문제가 필연적으로 뒤따를 것이란 전문가들의 지적이 끊이지 않고 제기돼왔다. 대학생을 타깃으로 지은 대학가 인근 도시형생활주택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자동차를 대부분 소유한 신혼부부나 노부부, 젊은 미혼 직장인이 주로 거주하는 경우 주차난은 필수다.

느슨한 규정을 이용해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은 급증하는 추세다. 올 상반기의 경우 인·허가건수가 3만건에 육박하며 이미 지난해 총 건수를 넘어섰다. 1~2인 소규모 주택 공급 확대책의 일환으로 2009년 5월에 도입된 도시형생활주택.


'전세난 해결사'란 기대감 못지않게 공급확대를 위한 주차규정 완화로 심각한 주차난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지난달에는 경기도 내 31개 시장·군수들이 "도시형생활주택이 도심의 주차난을 초래하는 주범이 될 수 있다"며 제도 폐지를 국토해양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급기야 부천시 등 일부 지자체가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건축심의위원회 심의기준을 강화하고 나섰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앞으로 비역세권인 주택가에 단지형 다세대(85㎡ 이하) 타입의 도시형생활주택이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주차공간 부족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을 섞어 한 건물로 구성하는 최근 추세를 볼 때 앞으로는 주차공간에 구획이 생길 수 있어 이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시형생활주택의 문제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도입 취지인 역세권 주변에 들어서지 않는 사업장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가 하면 역세권이라도 땅값이 상대적으로 비싸 공급원가 상승에 따른 임대료가 만만치 않다. 좁은 공간에 많은 가구가 거주하면서 가구간 소음이나 층간소음 등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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