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KB투자, 실적은 좋은데 능력은 영…

더벨 황철 기자 2011.08.0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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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능력 인식조사/DCM]"우리투자·대우證 가장 믿을 만"

편집자주 이 기사는 자본시장 전문 미디어 머니투데이 더벨이 만든 자본시장 전문 매거진 thebell insight(제5호): 1st half of 2011, Korea capital market league table 에 실린 기사입니다.

더벨|이 기사는 07월25일(10:11)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부채자본시장(DCM)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업의 가장 중요한 조달 통로로 부상했다. 회사채 발행액은 매년 수십조원씩 늘어나 총잔액(SB, FB, ABS 포함) 250조원(7월15일 현재)을 돌파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IB들의 수입도 늘었다. 그럴수록 딜(deal)을 따내려는 리그전은 격화했다.



아쉽게도 경쟁의 수단은 대부분 가격이다. 후려쳐서라도 실적을 쌓으려고 하는 IB들이 많다. 반면 투자자와 발행사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IB들의 노력은 부족하다. 시장이 커질수록 기업의 자금조달을 도울 IB에 대한 기대와 요구도 늘어난다. 그 중 주관 능력은 조달 파트너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다. 국내 이슈어가 바라보는 주관사의 역량과 선별기준은 무엇일까.

'능력과 성적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실적만 높다고 최고의 주관사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머니투데이더벨이 주요 발행사를 대상으로 '주관사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상당히 재미있는 사례들이 나타났다. 리그테이블 주관 실적 최상위권의 몇몇 IB가 전체적인 주관 능력에서 낙제점을 받는가 하면 5위권 밖의 기업이 '팔방미인'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실적과 선호도가 거의 동일하게 나타나던 지난해 설문조사 때와 다소 다른 결과다.

시장 참여 증권사가 늘어나고 IB별 영업력의 편차가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전체적인 주관 능력이나 과거 거래관계보다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조달을 성사시켜주는 IB를 선택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발행사가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주관사는 투자자모집과 프라이싱 능력이 강한 하우스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속적인 시장 정보 제공 △재무전략에 대한 조언 △대형화를 통한 역량 강화 등 주관능력의 질적 배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수수료 녹이기, 증권사간 과당경쟁'은 올해에도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잘못된 관행으로 꼽혔다. 일부 기업은 '발행사 입장에서 이같은 관행이 유리하다'라는 솔직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 우리투자증권·대우증권, 가장 신뢰받는 IB

우리투자·대우증권은 전통적 강자답게 주관사가 갖춰야 할 다양한 능력을 인정받았다. △투자자 모집 △기업실사 및 시장 리서치 △도큐멘테이션 △프라이싱 △자체 채권인수 △양질의 인력확보 △마켓메이킹 △사전/사후 서비스 능력 대부분에서 1, 2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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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우리투자증권은 투자자모집, 도큐멘테이션, 마켓메이킹, 서비스에서 강점을 인정받으며 2009년 베스트 본드 하우스의 명성을 되찾았다. 우리투자증권은 상반기 더벨 리그테이블에서도 인수 1위, 주관 2위에 오르며 지난해 실적 부진을 회복했다.

'IB사관학교'로 불리는 대우증권에 대한 신뢰도 여전했다. 대우증권은 기업실사, 맨파워 측면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8개 RM조직에 포진한 양질의 인력이 강력한 리서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대우증권은 상반기 대표주관 및 주관 실적 8위와 7위에 머무는 등 능력만큼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올해 채권 부문 인력 유출이 있었고 내부적으로 주식자본시장(ECM)에 힘을 실어준 영향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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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한국투자증권도 주관사 능력 공동 3위에 오르며 믿을 만한 주관사로 꼽혔다. 산업은행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자체 채권 인수 능력만큼은 최고라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기업실사와 리서치, 사전·사후 관리가 상당히 부족한 것으로 인식됐다. 최근 인수영업에만 매진한 채 주관업무는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는 지적과 통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상반기 인수 실적 2위에 올랐지만 대표주관은 6위에 그쳤다.

한국투자증권은 주관사가 갖춰야 할 세부 항목에서 어느 한 부문도 1위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고르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산업은행과 함께 '넘버 3'의 위치를 지켰다. 특히 맨파워가 뛰어나고 프라이싱, 자체 채권 인수 능력도 우수한 것으로 분석됐다.

◇ 상반기 주관 선두 KB증권, 신뢰도 5위 '턱걸이'

최근 채권자본시장에서 핫 플레이어로 주목받고 있는 KB투자증권은 5위에 겨우 턱걸이 했다. KB투자증권은 상반기 리그테이블 대표주관 및 주관 부문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인 우리투자증권과 무려 1조원 이상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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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주관사가 갖춰야 할 전체적인 소양은 경쟁 IB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됐다. 프라이싱(1위), 투자자모집(2위)을 제외하면 의미 있는 수준의 평가를 찾아보기 힘들다. 좋게 보면 '선택과 집중'이지만 냉정하게 짚으면 '베스트 하우스'로는 아직 부족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특히 최근 시장 발전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할 주관 능력으로 꼽히는 듀 딜리전스 부문이 7위(총점 18점)에 머물렀다. 1위 대우증권(94점)과 74점이나 차이가 난다. 자체 인수력, 맨파워, 사전·사후 서비스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다.

주관 실적 3위에 오른 SK증권도 전체적인 능력면에서 이슈어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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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니뭐니해도 금리 낮추는 IB가 최고'

KB투자증권의 실적과 능력의 괴리는 역으로 보면 발행사의 주관사 선정 기준과도 일맥상통한다. 국내 시장 현실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조달을 돕는 증권사가 '장땡'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실제로 발행사가 꼽은 주관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과 선별 기준은 투자자 모집 능력이 우수하고 원하는 금리를 맞춰주는 곳이었다. 응답 기업의 40% 이상이 프라이싱 능력을 주관사의 핵심 역량으로 꼽았다. 31% 가량은 투자자 모집에 능한 IB를 선택했다.

반면 듀딜리전스(4.62%), 도큐멘테이션(3.85%), 맨파워(2.81%) 등은 아직 주관사 선정 시 크게 고려할 항목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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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모집·프라이싱 능력이 뛰어난 IB는 실제 리그테이블에서도 좋은 결과를 올렸다. 우투·KB·한투·산업은행이 이에 해당한다. 대우증권만이 이슈어 평가에서 각각 2,3위에 올랐지만 주관 실적은 5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주관사 변경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절반 이상의 기업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시장 상황이나 제시 조건에 따라 언제든 파트너를 바꿀 수 있다는 판단. 현재 거래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대답은 33%에 그쳤다.

하우스 별로 차별화된 서비스가 없고 실제 능력도 고만고만하다는 부정적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수수료 적정성에 대한 물음에 "마켓메이킹 능력이 떨어지는 현실에서 과도한 수준"이라는 답이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IB의 능력과 역할에 대한 불신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국내 DCM 하우스에 양질의 시장 정보와 재무 조언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 또한 리서치 능력과 맨파워가 부족하면 불가능한 일이다.

◇ 수수료 녹이기, 과당 실적 경쟁 '잘못'

시장의 잘못된 관행과 애로사항에 대해서는 지난해 조사 때와 비슷한 답이 나왔다. 잘못된 관행 1순위는 증권사 과당경쟁에 따른 '수수료 녹이기'였다.

물론 수수료를 녹이면 기업 입장에서는 낮은 금리로 조달에 나설 수 있어 불만이 없다는 답변도 나왔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없어 기업 입장에서 손해라는 인식 역시 확산되고 있다. 이밖에 실적을 쌓기 위한 무분별한 공동주관사 참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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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사의 대표적 애로 사항으로는 금리변동과 수요 예측이 힘들고 투자 스펙트럼이 좁다는 의견이 많았다. 신고서 서식을 간소화하고 계열 증권사 대표주관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 DCM house Survey, 이렇게 진행했습니다

국내 채권자본시장(DCM) 자문사에 대한 인식조사는 올 상반기 회사채 발행 상위 30대 기업 중 20개 이슈어를 선별해 실시했습니다.

조사는 딜(deal)을 맡기는 기업의 담당자가 1) 각 투자은행(IB)의 능력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 2) 어떤 기준으로 투자은행을 선정하는지 알아보는 것을 목적으로 했습니다.

7월4일부터 8일까지 5일간 이메일 설문조사 형식으로 진행했으며, 인식도 조사 대상 투자은행(IB)은 상반기 더벨 국내채권 주관순위 10위 이내(대우증권, 동양종합금융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우리투자증권, 한국산업은행,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KB투자증권, SK증권)로 제한했습니다. 설문응답 기업 임의로 10위권 밖의 하우스를 선택한 경우 부득이 '기타'로 분류했습니다.

조사는 회사채 발행 주관능력, 주관사 선정기준, 발행시장 인식조사 등 3가지로 나눠 이뤄졌습니다.

회사채 발행 주관능력은 △투자자 모집 △기업실사 및 시장 리서치 △IR자료, 증권신고서 등 도큐멘테이션 △프라이싱 △자체 채권인수 △양질의 인력확보 △마켓메이킹 △지속적인 정보제공, 재무전략 조언 등 사전/사후 서비스 등을 평가했습니다. 응답자가 각 항목별로 1순위부터 3순위까지 3곳의 하우스를 선택하도록 하고, 선택의 이유를 명기하도록 했습니다. 순위별 배점은 1위 8점, 2위 6점, 3위 4점입니다.

주관사 선정 기준과 역할에 대해서는 사전조사를 통해 마련한 7가지 기준과 역할을 제시해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발행시장 인식에 대해서는 △회사채를 발행할 때 애로사항 △가장 심각한 시장의 잘못된 관행 △불필요한 규제 △주관사가 역할을 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 △인수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수준 △가장 일해보고 싶은 하우스 △국내 DCM 시장에 건의하고 싶은 사항 등을 조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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