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왜 총대 멨나…무디스·피치, 뒤따를까?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11.08.0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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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불신에 대한 정치적 결정"…무디스·피치, 등급유지 전망 우세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푸어스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다른 신용평가사들이 여기에 동참할지 나아가 미국과 글로벌 경제에는 어떤 영향이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강국인 미국의 신용등급을 같은 미국 국적의 기업이 사상 최초로 강등하기까지 어떤 이유가 작용했고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그 배경과 이면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용감한 S&P, 정치적·상징적 결정=S&P는 지난 5일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며 미국 정부와 의회의 재정안이 부채 상황을 안정화하는데 미흡하다며 계획대로 지출을 감축하지 못하고 부채가 늘어나면 2년 안에 추가 강등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S&P의 미 신용등급 강등은 이미 예고된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이 어렵사리 채무한도 증액에 성공하고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는 등 시장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예상보다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 면도 있다.



무디스나 피치 등 다른 신평사들이 미국의 트리플A 등급 유지를 확인한 것과 달리 S&P는 '나홀로 강등'에 나서면서 "신평사들 중에 총대를 멘 것"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S&P는 지난 4월에도 신평사들 중 가장 먼저 미국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그것도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촉발의 책임을 추궁당하고 전세계 각국에서 규제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단행된 강등 조치여서 일각에선 '용감하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최근 주변국들이 신용평가의 무덤에 파묻힌 유럽은 공식적으로 규제 강화 조치를 추진 중이다. 심지어 이탈리아는 검찰이 S&P와 무디스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키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P는 다른 신평사들과는 달리 신뢰의 문제를 내걸어 미국의 트리플A 등급을 박탈했다. 표면적으로는 재정적자 감축 규모가 적다는 이유를 댔지만 누가 봐도 미국 정치권을 믿을 수 없다는 데 방점이 있었다.


S&P는 논란이 불거지자 컨퍼런스콜을 열어 미국 정치권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한 회의 참가자는 "미 의회가 합의에 이르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등 부정적 발언을 쏟아냈다. S&P가 경제적 관점보다 정치적 관점에 무게를 더 두고 있음이 다시금 드러나는 대목이다.

S&P는 등급강등 직후 미국 정부는 물론 여러 곳에서 비판을 받았지만 국가신용등급 평가 책임자인 데이비드 비어스가 "신용평가사로서의 의무를 다했다"고 말하는 등 자못 비장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워싱턴의 정치적 역학관계가 변한 것도 등급강등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조치 배경에 정치적 요인을 크게 고려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대해 일부 외신들은 S&P가 초강대국인 미국이라도 등급을 강등할 수 있고 '신용평가사는 공정하다'라는 메시지를 주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 갤리거 포춘 금융전문 기자는 "미국은 계속 돈을 찍어내 빚을 갚을 수 있는다"며 "S&P 조치의 배경에는 경제적인 것보다 매우 많은 정치적 판단이 있다"고 말했다.

또 클린턴 행정부 시절 예산 책임자였던 앨리스 리브린은 S&P 조치를 '상징적'인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S&P는 내부 정보를 모르고 원천적 조사도 하지 않았다"며 "금융위기 전의 모습도 신뢰를 할 수 없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무디스·피치, S&P 뒤따를까?=관건은 무디스와 피치의 동참 여부다. 일단 S&P의 등급강등에도 불구하고 이들 두 회사가 뒤따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들이 잇따라 강등에 나설 경우 충격은 배가된다.



무디스와 피치가 가까운 시기에 미국의 등급을 내릴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주요 외신들도 전문가 진단을 인용, 무디스와 피치가 미국의 트리플A 등급을 계속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로이터는 미국의 트리플A 등급을 유지한 무디스와 피치가 당장 이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무디스와 피치는 지난 2일 미국의 채무한도 증액 합의 직후 트리플A 등급 유지 방침을 확인했다. 다만 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무디스와 피치도 미국이 재정적자를 확실하게 감축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강등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S&P는 정치적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반면 무디스의 경우 미 국채 디폴트와 같은 이벤트 리스크를 중시하기 때문에 S&P와 비슷한 이유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사태가 신용평가사들과 미국 정부간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도 무디스와 피치로선 큰 부담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부와 서로 으르렁거렸던 S&P는 결국 총대를 메고 선수를 쳤지만 무디스와 피치마저 '정치적'이라는 오명을 얻을 수도 있는 부담을 안고 선뜻 등급강등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S&P의 조치 역시 선수가 아닌 한발 늦은 조치로서 정치적인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무디스와 피치의 고민이 미국 정부보다 더 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오래전부터 필요했지만 뒤늦은 신평사들의 대응을 비판한 것이다.

S&P와 무디스, 피치를 오랫동안 비판해 왔던 자넷 타바콜리 독립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등급강등은 뒷북"이라며 "한단계 강등도 미국의 실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은 지금 미국이 아무것도 고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것이 우리가 성장할 수 없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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