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신용등급 하향, 달러 기축통화체제가 흔들린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11.08.0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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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독점체제에서 유로·위안 등 과점체제…IMF의 SDR 미래 기축통화 예고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에 심각한 위협을 예고한다.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67년간 지속된 달러 중심 국제통화체제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달러 가치의 지속적 하락 전망과 더불어 미국 정부가 최근 부채한도 상향 논란을 겪으면서 재정지출관리 능력에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한 점도 달러 기축통화 체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물론 새로운 통화가 단기간 내 미국 달러를 대체하기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 달러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은 앞으로도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할애될 수밖에 없는 중장기적 과제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실물이나 자산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결국 기축통화 문제로 귀결될 것"이라며 "향후 달러화를 대체하려는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달러를 대체할 기축통화 논의는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로 선정되는 등 이미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현재 달러를 대체할 기축통화로 거론되고 있는 후보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유로화, 위안화 등이다.

그러나 유로화는 그리스 등 남유럽을 강타한 재정위기로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다. 위안화도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경제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지만 불안정한 내부 금융시스템과 과도한 규제 등으로 기축통화로 사용되기엔 결격 사유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력 △환율 안정성 △교환성(유동성) △금융시장 발전 등의 주요 조건들이 모두 뒷받침돼야 한다.


우선 통화 발행국이 세계 경제를 선도할 능력이 있어야 하며, 국제거래에서 폭넓게 이용되고 풍부한 유동성도 뒷받침돼야 한다. 통화가치의 급속한 하락 위험이 없어야 하고, 금융시장 발전 역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통화는 사실상 찾기 힘들다. 이에 따라 특정 국가 통화가 아닌 IMF의 SDR을 기축통화로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단일 국가의 경제상황에 따라 세계경제가 흔들리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G20은 이를 바탕으로 IMF의 SDR의 바스켓 범위에 위안화를 포함시키는 한편 SDR을 기축통화로 격상시키려는 논의를 시작했다. SDR바스켓에는 현재 달러, 유로, 파운드, 엔 등 4개국 통화가 포함돼 있다.

중국도 SDR 바스켓에 위안화를 포함시키려는 동시에 아시아 지역에서 위안화의 사용도를 높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SDR 등이 국제적 합의로 기축통화로 자리 잡기 전까지는 유로화, 위안화 등 여러 종류의 통화가 달러와 함께 사용되는 과점체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G20 기획조정단 관계자는 "SDR 바스켓 확대가 주로 G20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이번 미국 신용등급 강등을 계기로 SDR의 기축통화로써 활동도를 제고하는 논의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 연구원도 "기축통화 논의에서 금, 은, 위안화 등 주요 통화가 포함된 바스켓 통화가 달러의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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