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등급 강등, 새로운 금융시대 여나-핌코 CEO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1.08.0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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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새로운 금융시대의 서막을 열 것이라고 세계최대채권운용사 핌코의 무하메드 엘 에리언 최고경영자(CEO)가 주장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5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엘 에리언 CEO는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게재한 칼럼에서 S&P가 단행한 조치의 정당성과 관련한 논쟁이 일고 있으나 등급 강등 조치는 이미 취해졌고, 글로벌 시스템은 조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미국이 AAA 등급을 잃게 된다는 사실은 상상할 수 없었다. 미국 국채는 무위험자산의 동의어였다. 전 세계 금융시장은 '무위험자산=미 국채'라는 전제를 토대로 세워졌고 작동해 왔다. 미국의 AAA 등급은 변수가 아닌 핵심적인 상수였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문을 여는 8일에는 달라진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위험과 트레이딩 시스템을 다시 코딩해야 하고 담보와 유동성 관리 평가 체계에도 즉각적인 변화가 생긴다.

한편 실물경제에서는 모든 미국인 차입 자들이 부담하게 되는 신용 비용이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질 것이며, 이는 투자와 고용 창출에서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다.

'신용평가사는 누가 평가하는가'라는 불만이 고조되면서 신용평가사의 미래도 도마 위에 오를 것이다. S&P의 등급 강등은 신평사의 독점적인 국가 신용등급 평가로 큰 영향을 받고 있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을 결속시킬 수 있다. 투자자들 역시 신평사의 평가를 일방적으로 의존하기 보다는 자신들이 스스로 평가하는 방안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번 사태로 더 넓은 시스템적 불확실성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세계 금융시스템의 핵심이기 때문에 이날의 강등은 세계의 기축통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달러에서부터 다른 국가들이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는 금융시장까지 글로벌 공공재 기준의 위상을 깎아 내릴 것이다.

글로벌 기지로서의 미국의 효율성이 약화되고 경제적 분열 위험이 고조되는 동안 다극적 시스템이 가속화 될 것이다.



엘 에리언은 이러한 요소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비선형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글로벌 시스템의 핵심적 역할을 현재의 미국처럼 대신할 수 있는 국가가 없다는 사실은 강등으로 인한 일부 즉각적인 영향을 차단할 수 있다.

한편 그는 리스크 프리미엄과 변동성이 대체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점 외에 글로벌 시스템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확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등급 강등 이후 AA+ 등급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표준과 질서가 생기게 될지, 추가적인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할 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엘 에리언은 이 과정이 주는 중요한 함의로 미국의 정책입안가들에게 주는 신호를 거론했다.



민주당은 최근 공화당의 정치적 사보타지가 등급 강등을 촉발했다고 비판할 수 있으며, 공화당 측은 민주당에 의한 정부의 무책임한 지출을 탓할 수 있으나 양당은 S&P의 조치를 다신들의 신념을 지지하는 근거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강등은 미국의 경제적 위상 저하를 알리는 명확하고 커다란 신호다. 따라서 이를 계기로 미국이 더 응집력 있는 지배구조와 더 좋은 경제 정책 수립을 통해 진취성을 다시 얻는 게 시급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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