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도미노 폭락…리먼 악몽 재현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11.08.0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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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대지진 이후 최대폭 하락…中, 장중 연저점 경신

글로벌 금융시장이 미국과 유럽 경제에 대한 불안에 좀처럼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일 글로벌 증시는 뉴욕에서부터 서울까지 마치 도미노처럼 잇따라 폭락하며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쇼크의 악몽을 재현했다.

이날 아시아 증시는 뉴욕의 충격을 이어받아 폭락세로 출발했다. 각 지수들은 장중 낙폭을 전혀 줄이지 못하고 수개월에서 수년만의 최저치로 미끌어졌다.



MSCI아시아태평양지수는 전일 대비 2.1% 하락한 130.8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5월2일 연고점 140.82에서 10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100여개 종목 중 20여개 종목만이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수는 이번주 들어 약 8% 하락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일본 도쿄증시에선 닛케이평균주가가 359.30(3.72%) 하락한 9299.88을 기록하며 9300선을 내줬다. 장중 최대 4.09%까지 하락했다. 토픽스지수도 25.40(3.07%) 내려 800.96을 기록, 800선 붕괴를 겨우 모면했다. 지난 3월 대지진 때의 폭락 사태 이후 최대 낙폭이다.



아오키 타카시 미즈호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을 버리고 있다"며 "이들이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하면 매도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날 일본 정부의 환율개입에도 불구하고 엔화는 이날 다시 강세로 돌아섰다. 오후 4시48 현재 엔/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66% 하락(엔화 가치 상승)한 78.53엔을 기록했다.

개입 이후 80엔대 초반까지 회복하며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79.83엔을 기록했으나 이날 증시 폭락 등 경제불안 확산에 엔고가 재개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환율개입 규모는 사상 최대인 4조엔으로 예상된다.


또 중국 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57.62(2.15%) 하락한 2626.42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2605.14까지 떨어지며 지난 6월20일의 연저점을 경신키도 했다. 주가가 오른 종목은 102개에 불과했던 반면 763개 종목이 하락했다.

쉬광푸 샹차이증권 투자전략가는 "단기간에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 경제의 더블딥 우려 등 해외 요인뿐만 아니라 중국 국내증시의 수급균형이 무너진 것도 향후 증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홍콩 증시 항셍지수는 4.3% 하락한 2만946.14를 기록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장중 5.7%까지 폭락하며 지난 2009년 11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또 대만 증시 가권지수도 5.58% 폭락했으며 호주 증시 S&P/ASX200지수도 4% 급락했다.

앞서 전날 뉴욕증시에선 3대 지수가 연초대비 약세 전환하고 전고점에 비해서도 10% 이상 하락해 조정장에 공식 진입하는 등 폭락 사태가 벌어졌다. 다우지수는 4.3% 추락했으며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4.8%, 5.1% 내렸다.

유럽 증시도 폭락해 영국 FTSE100 지수는 3.4%, 프랑스 CAC40 지수는 3.9% 내렸다. 독일 DAX30 지수도 3.5% 하락했으며 불안감 확산의 주범인 이탈리아와 스페인 증시는 각각 5.2%, 3.8% 급락했다. 유럽 증시는 이날 역시 일제히 급락 출발했다.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인 상품도 투자자들의 탈출 러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상품값은 2008년 12월 이후 가장 긴 8일 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특히 유가는 전날 급락하며 90달러선 아래로 내려간데 이날에도 급락세가 이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 전자거래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9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2% 전후로 추가 하락해 85달러선까지 내려갔다.

반면 안전자산 쏠림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달러와 국채가 두드러진 강세를 나타냈다. 전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4% 상승한 75.124를 기록했다. 달러인덱스가 지난달 21일 이후 처음이다. 또 미국 국채 가격은 10개월 최고치로 훌쩍 뛰었다. 전날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14bp 내린(가격 상승) 2.46%를 기록했다. 또 2년 만기채 수익률은 8bp 하락한 0.26%로 사상 최저치까지 내려갔다.

아울러 금값은 소폭 하락했지만 12월 인도분 선물 가격이 장중 1.1% 상승한 온스당 1684.90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점을 찍기도 했다. 개리 폴락 도이치뱅크 트레이더는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엄습했다"며 "주가 등 위험자산이 추락하고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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