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젊은 연인 유니스(Eunice)와 데미안(Damien)은 매달 생활비가 빠듯하다. 댐이 아직 학생이기 때문이다.유니스는 내가 파리의 공용 자전거 시스템 벨리브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알고 이용방법과 안매문에 나와 있지 않은 노하우 등을 상세하게 알려주었다. 벨리브를 이용하기로 한 첫날 신용카드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를 대비해 자신의 연간 이용권을 빌려주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어느 날 저녁 데미안은 자신의 고향인 남부 프로방스 지역의 오믈렛 요리로 나를 감동케 했다.
이처럼 세계 여러 도시 곳곳에 친구를 만드는 일은 어떻게 가능했던가. 호텔 대신 현지인 집에 묵었기 ㄸ문이다. 누가 집을 빌려주는 지, 그 사람이 괜찮은 사람인지는 어떻게 아냐고? 에어비앤비(AirBnB) 같은 웹서비스가 있어 가능하다. 자신의 집에 남는 방이나 사용하지 않는 집(심지어 성이나 요트까지) 전체를 에어비앤비에 올려놓는다. 자세한 소개 및 원하는 가격과
함께. 특정 도시를 방문해서 숙박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검색을 통해 자신에 맞는 집이나 방을 찾는다. 에어비앤비는 이 둘 사이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유휴공간이라는 남는 자원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고, 굳이 호텔을 이용하지 않아도 풍찬노숙을 하지 않게 되었다.
기존의 개별적 소비는 어떤 물건이 조금만 필요해도, 심지어 필요치 않아도 그것을 사게 만든다. 그래서 자동차는 주차장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가장 많고, 철 지나 입지 않는 옷들로 언제나 옷장은 가득차 있다. 보관할 물건이 많으니 집도 넓어야 한다.
그래서 집을 넓히면 또 다시 그 공간을 채울 물건들을 습관적으로 사들인다.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시지프스의 노동. 1970년대에 에리히 프롬이 "소유나 존재냐"를 통해 바람직한 삶의 방식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던졌고, 그 30년 후 제레미 리프킨이 "소유의 종말(원제는 the age of access)"을 통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소유는 강한 지배력으로 우리의 경제활동을 움직여 온 동기였다. 하지만 협력적 소비를 통해 정말로 소유하지 않아도 좋을, 남과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족한, 아니 더 행복한 경험과 만족감이 생성될 수 있다는 실증적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다. 협력적 소비가 바꿀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