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적 소비와 지속가능한 미래

김진화 오르그닷 대표 2011.08.1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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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에코라이프

닉(Nick)은 방송 프로듀서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세기의 로열웨딩을 앞두고 케이트 미들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만드느라 바빴다. 런던 북부 이슬링턴의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한 그의 집은 아담한 복층구조였다. 아래층엔 거실, 주방, 욕실 그리고 게스트룸이 있고 그의 침실은 계단을 올라 윗층에 자리했다. 나는 런던에 머무는 동안 그의 게스트룸에 머물렀다. 아침에는 시리얼, 과일, 유기농 우유에 프렌치 프레스로 내린 커피 등으로 함께 식사를 했고 밤에는 맥주잔을 기울이며 로열웨딩과 김치, 자전거 출퇴근에 대해 수다를 떨었다.

파리의 젊은 연인 유니스(Eunice)와 데미안(Damien)은 매달 생활비가 빠듯하다. 댐이 아직 학생이기 때문이다.유니스는 내가 파리의 공용 자전거 시스템 벨리브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알고 이용방법과 안매문에 나와 있지 않은 노하우 등을 상세하게 알려주었다. 벨리브를 이용하기로 한 첫날 신용카드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를 대비해 자신의 연간 이용권을 빌려주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어느 날 저녁 데미안은 자신의 고향인 남부 프로방스 지역의 오믈렛 요리로 나를 감동케 했다.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버스로 10분 거리인 야바 에일랜드 섬에 사는 로버트(Robert)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다. 그래서인지 그의 집은 구석 구석까지 아름답고 섬세했다. 내가 묵은 방은 팝 아트가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운 넓은 방이었는데 운하 쪽으로 발코니가 나 있어 경치가 좋았다. 토요일 아침 로버트는 전통 네덜란드식 팬케익과 신선한 샐러드로 아침을 차려주었다. 무척 맛있게 먹고 레시피까지 전수받은 나는 요즘 집에서도 팬케익을 만들때면 꼭 더치 방식으로 굽는다. 로버트는 지난 6월 내 생일날엔 페이스북으로 축하인사를 남겨 주기도 했다.

이처럼 세계 여러 도시 곳곳에 친구를 만드는 일은 어떻게 가능했던가. 호텔 대신 현지인 집에 묵었기 ㄸ문이다. 누가 집을 빌려주는 지, 그 사람이 괜찮은 사람인지는 어떻게 아냐고? 에어비앤비(AirBnB) 같은 웹서비스가 있어 가능하다. 자신의 집에 남는 방이나 사용하지 않는 집(심지어 성이나 요트까지) 전체를 에어비앤비에 올려놓는다. 자세한 소개 및 원하는 가격과
함께. 특정 도시를 방문해서 숙박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검색을 통해 자신에 맞는 집이나 방을 찾는다. 에어비앤비는 이 둘 사이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유휴공간이라는 남는 자원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고, 굳이 호텔을 이용하지 않아도 풍찬노숙을 하지 않게 되었다.



에어비앤비 같은 서비스를 일컬어 협력적 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 모델이라 한다. 자동차를 쉐어하고, 노는 땅을 빌려 함께 경작을 하고, 쓰지 않는 물건을 나눈다. 예전에는 유휴자원과 필요를 연결하는 게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소셜 웹을 통해 보다 쉽고 저렴하게 둘 사이를 연결하는 게 가능해진 탓이다.

기존의 개별적 소비는 어떤 물건이 조금만 필요해도, 심지어 필요치 않아도 그것을 사게 만든다. 그래서 자동차는 주차장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가장 많고, 철 지나 입지 않는 옷들로 언제나 옷장은 가득차 있다. 보관할 물건이 많으니 집도 넓어야 한다.

그래서 집을 넓히면 또 다시 그 공간을 채울 물건들을 습관적으로 사들인다.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시지프스의 노동. 1970년대에 에리히 프롬이 "소유나 존재냐"를 통해 바람직한 삶의 방식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던졌고, 그 30년 후 제레미 리프킨이 "소유의 종말(원제는 the age of access)"을 통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소유는 강한 지배력으로 우리의 경제활동을 움직여 온 동기였다. 하지만 협력적 소비를 통해 정말로 소유하지 않아도 좋을, 남과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족한, 아니 더 행복한 경험과 만족감이 생성될 수 있다는 실증적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다. 협력적 소비가 바꿀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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