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감시자는 누가 감시한단 말인가?"

머니투데이 유영호 기자 2011.08.04 17:26
글자크기
↑정치경제부 유영호 기자↑정치경제부 유영호 기자


"1억 원이 넘는 연봉에 기관 내 '넘버2'의 위치. 업무강도는 낮고, 책임과 의무도 적은 직업. 그래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넘버1' 기관장마저 부러워하는 자리."

공공기관 비상임감사의 문제를 지적한 '낙하산 타고 온 '청달' 비상임감사의 횡포'에 이어 공공기관 감사제도 전반을 분석한 '나는 공공기관 감사다'를 취재하면서 직면한 대한민국 공공기관 감사의 자화상이다.



실제 공기업 사장은 매년 기관장 평가를 받고 있고, 경영실적이 나쁘거나 사고가 나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감사는 아무 일 하지 않은 채 놀며 지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오히려 가끔 인맥을 활용해 정치권과 정부 부처에 소속 기업의 이익을 대변해주기만 하면 그걸로 '월급 값'을 다 했다며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권한과 혜택은 다 누리면서 책임질 일은 없으니 '신도 모르는 자리'라는 별칭이 과하지 않다.

공공기관 감사는 국민의 '혈세'로 활동하는 '감시자'다. 오직 감사만이 기관장과 같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임명장을 받는다. 기관장의 눈치 보지 말고 부정·부패를 감시하고 전횡을 막으라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기관장을 견제하라고 권한을 줬더니 오히려 본인이 나서 전횡을 일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 있는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4월 공공기관 상임감사들을 불러 모아 "국민을 대신해 공공기관의 비효율을 줄이는 데 적극적인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리고 불과 2달 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방판칠 전 감사가 구속됐다. LH의 이권 사업에 개입해 1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다. 공공기관 감사를 차라리 없애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1세기 후반 로마의 풍자시인 유베날리스는 당시 공직자(감독관)들의 부패에 분개해 "감시자는 누가 감시한단 말인가(Who watches the watchmen?)"라는 조롱 섞인 일침을 놓았다. 역사는 시대를 초월해 재현되는 것일까. 2000년이 흐른 지금에 이 말을 다시 읊조려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다.

하루빨리 공공기관 감사에 대한 평가 시스템을 강화해 '신상필벌'의 원칙을 세우고, 비상임 이사들로 감사위원회를 구가하는 등 개선책을 마련해야 하겠다. 회계장부조차 볼 줄 모르는 정치인 출신 보다는 전문가를 감사에 선임해야 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