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엔고 저지 총력전 "달러 사고 엔화 풀고"

머니투데이 조철희, 김성휘 기자 2011.08.0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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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매도, 달러 매수 단독 개입…日銀, 10조엔 추가 완화

일본 정부가 4일 엔고 저지를 위해 외환시장 개입과 추가적인 통화완화 조치를 단행했다. 대지진 직후 엔화 급등으로 6925억엔 규모의 시장 개입을 단행했던 지난 3월18일 이후 약 4개월 반 만이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5시41분 현재 일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가치는 79.78엔으로 전날보다 3.38%(2.61엔) 떨어졌다.

대지진 직후에는 위급한 상황임을 설득해 주요 7개국(G7)과 공동으로 개입했으나 이번에는 단독 개입이다. 다만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은 주요 국가와 긴밀히 협력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용인하에 시장에 개입했다는 설명이다. 노다 재무상은 "일방적인 엔고가 계속되면 일본 경제와 금융 안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개입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개입 규모를 밝히지 않았으나 일본 지지통신은 일본 대지진 직후 때보다 더 많은 8000억~9000억엔 규모로 추정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개입 규모를 1조엔까지 봤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장 관계자를 인용, 개입 규모를 4000억~5000억엔으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엔/달러 환율이 80엔선을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 일본 정부의 개입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엔고는 유럽과 미국의 부채위기가 고조된 지난달부터 가속화되며 지난 1일에는 1달러당 76.29엔까지 올라갔다. 지난 3월17일 기록한 엔화 가치 사상최고치 76.25엔까지 위협하는 수준이었다. 이후 일본 정부는 구두개입의 강도를 높이며 엔화 추가 절상을 막아오다 엔/달러 환율 76엔대가 유지되자 실질적인 개입을 단행했다. 일본 정부가 이날 오전 10시께 엔화 매도, 달러 매수 개입을 단행한 직후 엔화 가치 급락하며 한때 달러당 80엔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일본은 지난해 9월에도 미국이 제2차 양적완화를 공식화하며 달러가 급락하고 엔화가 급등하자 6년만에 처음으로 2조1249억엔 규모로 단독 개입한 바 있다. 이로써 일본은 약 1년 사이 세차례나 외환시장에 개입한 기록을 남기게 됐다.

이날 오후에는 일본은행(BOJ)이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추가 완화조치를 내놓았다. 회의는 당초 다음날까지 이틀간 열릴 예정이었으나 엔고 저지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회의를 하루로 줄여 앞당겨 완화조치를 발표했다. 일본은행은 기존 10조엔 규모의 자산매입 프로그램과 30조엔 규모의 신용대출 프로그램에 각각 5조엔씩을 추가하기로 했다. 기준금리도 0.0~0.1%의 제로 수준에서 동결했다.

일본은행은 "경제가 완만히 회복되고는 있지만 불확실성이 크고 환율과 시장의 변동성이 경제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며 "정책을 통해 경제를 부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는 환율 개입 직후 "재무성의 조치가 환율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담화를 발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적극적인 엔고 저지 공조에 "환율 개입과 금융 완화를 함께 추진하는 것이 엔고 저지 효과가 크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개입을 압박하던 기업들도 환영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히라카와 쇼지 USB증권 투자전략가는 "증시 반전의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날 닛케이평균주가는 개입 효과에 0.2% 상승했다.

이날 개입의 복선은 스위스가 제공했다. 스위스중앙은행(SNB)은 전날 스위스프랑 강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수준으로 깜짝 인하했다. 또 500억 달러 규모의 유동성 공급 계획도 밝혔다. 스위스중앙은행은 통화 가치가 지나치게 과대 평가돼 필요하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혀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각에선 일본 정부와 스위스 당국 사이에 교감이 있었고 공동개입의 효과를 연출하기 위해 이날 개입을 단행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개입 효과에 대해 의문도 적지 않다. 일본의 단독 개입이라 효과가 지속되기 어려운데다 미국의 경제지표 악화가 계속되면 달러 매도, 엔화 매수 압력이 높아져 엔화는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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