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스페인 '7%의 저주'를 풀어라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11.08.04 14:05
글자크기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에서 3위와 4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7%의 저주'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7%의 저주'란 국채수익률이 7%를 넘어서면 경제 펀더멘털에 관계없이 국채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불가능해져 디폴트를 피하려면 구제금융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시장의 공포를 말한다.



지금까지 유로존에서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이 모두 국채수익률이 7%대를 넘어서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6.085%로 전날 6.129%에 비해 소폭 하락했지만 3일 연속 6%대 행진을 이어갔다.이날 스페인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전날보다 소폭 떨어져 6.255%를 나타냈다. 하지만 5거래일 연속 6%를 넘어섰다.



에볼루션 증권의 채권 리서치 대표인 게리 젠킨스에 따르면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의 사례를 봤을 때 10년물 국채수익률은 평균 43거래일 연속 5.5%를 웃돈 다음 6% 위로 치솟았고 평균 24거래일 연속 6%초반대에서 거래되다 6.5%대를 넘어섰다. 6.5%대에서 7%대로 올라서는 기간은 평균 15거래일에 불과했다.

따라서 위기를 조기에 차단하려면 앞으로 한 달내에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수익률을 6%대 밑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중요하다. 국채수익률이 6%대에 머무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또 6.5%를 넘어서는 순간 시장의 불안은 걷잡을 수없이 고조될 수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이와 관련, 국채수익률이 7%대에 올라서면 국가 부채를 지속적으로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는 '마술적인 생각'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가의 자금 조달과 채무 상환 능력은 국채수익률 외에 부채 규모와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정부의 재정흑자 운영 능력, 발행된 국채의 만기 구조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FT는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펀더멘털은 시장이 패닉(공황)에 빠질 만큼 걱정스럽지 않다고 지적했다. 스페인은 국가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60%대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지난해 9%를 넘어 다소 불안하지만 올해 6%대로 낮추기로 하고 긴축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국가부채가 GDP 대비 119%로 유로존에서 그리스 다음으로 높지만 재정적자 비율은 GDP 대비 4%대로 상대적으로 낮으며 국채 만기가 길어 부채 문제에 대처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 그리스의 경우 국채 만기가 향후 3년내에 집중된 것도 위기를 부채질한 요소였다.

따라서 FT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혹시 국채수익률이 7%를 넘더라도 그리스나 포르투갈, 아일랜드와 달리 상당히 오랫동안 자금을 조달해 채무 상환 의무를 감당할 능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채무상환 능력을 높이기 위한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스페인의 재정적자 감축안은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으며 노동시장을 마비시켰던 규정을 개혁하기 위한 조치도 시도되고 있다. 취약한 은행산업의 통합과 개혁도 일어나고 있다.



다만 이탈리아는 최근 재정감축안이 의회를 통과했지만 모든 재정지출 삭감이 2013년 선거 이후로 미뤄져 시장의 실망을 샀다. FT는 이 때문에 이탈리아의 경우 재정감축안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경제성장률을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고 위기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양국이 재정지출 감축과 경제 구조개선을 위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많은 투자자들이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가 위험하다고 보고 매도한다면 이 투자자들이 두려워하고 있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의 자기 실현적 예언이 이뤄지는 셈이다.

FT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정부가 이러한 시장의 국채 매도를 중단시킬 수 없지만 유로존 전체는 할 수 있다며 지난달 합의한대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통해 유통시장에서 위험 조짐이 있는 국채를 매입하는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FT는 유로존 정상들이 EFSF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 그리고 위기에 대처할 수 있을 만큼 EFSF의 규모를 확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FT는 아직 남유럽 전체로 위기가 확산된 것은 아니라며 위기에 하루라도 빨리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