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보 초등학교 아이들의 '주먹밥 무상급식'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2011.08.0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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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머니, 소비의 윤리]<2>아이들과 사회를 바꾸는 음식 나눔

↑정읍 칠곡초등학교 아이들은 자신들의 친환경 무상급식 점심의 반찬을 아껴 주먹밥을 만들어 이웃의 독거노인에게 주먹밥을 전달했다. ⓒ하하야↑정읍 칠곡초등학교 아이들은 자신들의 친환경 무상급식 점심의 반찬을 아껴 주먹밥을 만들어 이웃의 독거노인에게 주먹밥을 전달했다. ⓒ하하야


"맛? 좋고요. 이렇게 허옇게 늙어빠진 할머니를 보겠다고 오셔서 좋기도 하고 마음이 외롭기도 하고 기쁘기고 하고 그래요. 너무나 감사합니다."

전북 정읍의 한두순 할머니는 주먹밥을 먹다가 주름 진 눈가를 손등으로 훔쳤다. 송태신 칠보초등학교 교장은 "이제 외롭다고 하지 마시라"며 "우리 애들한테 어른들 모시는 거 가르치려고 온 것"이라고 말했다.



주먹밥 배달을 한 권예지 양(칠보초·13)은 "집에 할머니가 계신데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며 "외롭다고 하시는 할머니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고 말했다.

◇비우면서 달라지는 아이들=칠보초등학교 아이들은 특별한 '무상급식'을 실천하고 있다. 점심식사를 아껴 주먹밥을 만든 후 이웃 독거노인들에게 '무상' 제공하는 것이다. 무상급식의 수혜자는 아이들에게서 이웃 노인에게로 넓어졌다.



주먹밥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돈은 1인당 1000원. 5월부터 7월 중순까지 6차례 19명의 이웃 노인들에게 주먹밥을 제공하는 데에 추가재료비로 9만6000원이 들었다

이 프로젝트 자원봉사자인 강버들 한국외식산업연구소 연구원은 "친환경 표고버섯, 양송이, 계란말이 같은 재료로 주먹밥 1인분을 만들려면 원래 2000원 이상 든다"며 "남으면 버리게 될 식재료를 활용해 비용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추가비용은 후불제 인터넷서점 ㈜하하야가 냈다. 이 회사는 관계사인 ㈜도다인아트센터가 정읍 칠보초등학교와 정읍서초등학교의 창의·인성캠프를 진행한 인연으로 아이들의 '주먹밥 무상급식'을 지원했다. 남은 반찬으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주먹밥 레시피는 한국외식산업연구소가 제공했다.


공경용 ㈜하하야 대표는 "독거노인이 힘들어하는 건 밥보다는 고독"이라며 "혼자 사는 할머니들이 아이들의 고사리 손으로 만든 주먹밥을 드시면서 눈물 흘리며 기뻐하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도 삶을 배운다"고 말했다.

"공부는 잘 하는데 친구들한테 이기적인 행동을 해서 교사들이 걱정하던 아이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 아이가 이웃집 할머니가 주먹밥 드시면서 눈물을 흘리자 함께 울면서 기뻐하는 거예요. 그동안 한 번도 자기 때문에 누군가가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면서요. 이후에 아이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해요."

◇사회 문제를 고민하는 '주먹밥'=공 대표는 "도다인과 함께 예술적 창의성 교육을 더 많은 학교들과 진행하면서 앞으로는 더 체계적으로 주먹밥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싶다"며 "앞으로 하하야의 수익 50%를 기부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주목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는 두 가지다. 독거노인의 급증, 18조원 가치의 음식물 쓰레기가 그것이다.

'노년의 외로움'은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535만7000명 가운데 독거노인이 102만1000명으로 19%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독거노인 수는 10년 뒤인 2020년엔 152만100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음식물 쓰레기도 우리 사회의 골칫거리다. 환경부는 경제적 가치로 따져 연간 18조원의 비용이 음식물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고 추정한다. 이는 새해 복지예산의 5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와중에 국내 식량자급률은 55%를 밑돌고 있다.

◇"우리 집 냉장고만 비워도"=이러한 문제를 아이들의 '주먹밥 무상급식'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주먹밥 프로젝트'는 해법이라기보다는 사회구성원의 인식을 바꾸는 캠페인에 가깝다. 모든 사회 문제가 그렇듯,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여러 해법이 필요하다.

경제교육 사회적기업 에듀머니의 제윤경 대표는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역할부터 먼저 고민하자"며 서울 성미산 학교 아이들의 '착한 김밥' 프로젝트를 한 예로 소개했다. 지난 5월 아이들은 '사소한 노력으로 원자력발전소를 줄이자'며 각자 자기 집 냉장고에서 안 먹을 음식을 꺼내와 김밥을 만들어 마을축제에서 팔았다.

제 대표는 "필요 이상 식품을 사서 냉장고를 꽉꽉 채워두는 가정이 많은데 냉장고가 3분의 2 이상 채워지면 냉각기 가동률이 급증해 전기소모량이 커진다"고 "각 가정이 냉장고의 40%만 비워도 음식물 쓰레기와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반찬으로 주먹밥 만드는 법 보기
↑한국외식산업연구소의 강버들 연구원(맨 왼쪽)은 칠보초 아이들에게 주먹밥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 ⓒ하하야↑한국외식산업연구소의 강버들 연구원(맨 왼쪽)은 칠보초 아이들에게 주먹밥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 ⓒ하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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