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비상 "이탈리아, 스페인 위기를 막아라"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11.08.04 11:12
글자크기
8월 들어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수익률이 연일 6%를 넘어서면서 유럽 정책담당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유럽 정책담당자들이 최근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가격 급락과 은행주 주도의 증시 하락세, 아울러 안전자산으로 자금 쏠림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증시는 S&P500 지수가 0.5% 상승 마감하는 등 이날 강세로 거래를 마쳤지만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는 계속돼 10년물 국채수익률이 또 다시 연중 최저를 경신했다.



안전통화인 스위스프랑은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다 스위스 중앙은행의 전격적인 금리 인하로 이날 달러 대비 2% 급락했다. 스위스프랑이 올들어 안전자산으로 각광 받으며 달러와 유로화 대비 10% 이상 절상되자 UBS와 스와치 등 스위스 기업들은 어려움을 호소하며 정부의 개입을 촉구해왔다.

스위스중앙은행은 이날 금리를 인하하면서 스위스프랑의 가파른 절상에 대처해 앞으로 수일 내에 500억스위스프랑의 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통화 강세가 계속되면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뜻도 시사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가 대거 매도되며 수익률이 오르는 것이 가장 큰 불안요인이다. 호세 마누엘 바호주 유럽집행위원회(EC) 위원장은 "유럽 채권시장의 혼란은 유로존이 현재 진행 중인 위기에 대처할 시스템 차원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최근의 위기는 이탈리아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유로화를 둘러싼 신인도 하락 탓"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탈리아의 은행 시스템은 탄탄하고 민간 부채와 재정적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며 "이탈리아의 경제 펀더멘털은 견고한데 시장이 이탈리아의 위험을 잘못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줄리오 트레몬티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룩셈부르크 총리인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회의) 의장을 만나 최근 이탈리아 국채수익률 급등과 관련한 문제를 논의했다. 두 사람은 "길고 생산적인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애널리스트 니콜라스 스피로는 "이탈리아가 상황 악화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극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지난 4월만 해도 0.8%포인트였는데 최근 이탈리아의 국채수익률이 빠르게 오르면서 격차는 거의 없어졌다.



스피로는 "이탈리아 신인도가 갑작스럽게 악화된 것은 이탈리아가 스페인을 제치고 유로존 채무상환 위기의 핵심으로 부각됐기 때문"이라며 "이탈리아가 채권시장의 자기실현적인 신뢰 위기 우려에 굴복할 수 있다는게 가장 큰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자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지난 2일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스페인 국채수익률 급등에 대처하기 위해 국내외 관계자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유럽 은행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은행들이 ECB에 예치해놓은 예금은 지난 2일 1049억유로로 지난달 29일 499억유로에서 3거래일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애널리스트들은 은행들이 또 다른 신용위기가 촉발될 경우 단기자금 조달비용이 크게 오를 수 있어 두려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휘 반 스티니스 모간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자금조달 시장의 긴장을 감안할 때 남유럽의 신용경색 리스크가 실질적으로 높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