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먹은 시장', 3가지 불안에 떨다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11.08.0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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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등급강등, 유럽 채무위기 재확산, 글로벌 더블딥 불안에 위기감 고조…해법 찾기도 쉽지 않아

3일 글로벌 증시가 패닉에 빠진 것은 글로벌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쇼크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뚜렷하고 직접적인 도화선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까운 미래의 불확실성이 불안감을 키웠고 나아가 공포가 됐다.

그 기저에는 3가지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깔려 있다. 곧 사상 초유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 유럽 채무위기가 또다른 국면에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 글로벌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이다. 그러나 이런 불안들을 해소하고 위기를 가라앉힐 해법도 마땅치 않아 겁먹은 시장의 분위기가 쉽게 풀리지는 않을 듯하다.



◇美, 부채위기로 열린 판도라 상자=미국은 가까스로 연방정부 채무한도 증액에 성공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피했다. 그러나 충분한 대책이 아니어서 오히려 신용등급 강등이 불가피하다는 게 더 뚜렷해졌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셈이다.

2일(현지시간) 국제신용평가사들은 미국의 단계적 채무한도 증액 방안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무디스와 피치는 트리플A 등급을 유지키로 했다. 그러나 충분한 재정적자 감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등급을 강등할 것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중국 신평사 다공은 아예 이날 미국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강등했다. 채무한도를 늘려도 상환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스티븐 헤스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등급강등 결정은 2년 안에나 혹은 매우 빨리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라일리 피치 이사도 단기적으로는 등급강등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중기적으로는 강등 가능하다고 밝혔다. 오가와 타카히라 S&P 이사는 이날 글로벌 증시 급락에 대해 "미국 등급강등 리스크를 선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 전체적으로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특히 취약한 미국 경제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일례로 신용등급 강등시 미국은 국채 금리가 오르게 된다. 아울러 국채 금리에 연동된 모기지 금리도 오르고 시중금리도 뛰어 신용이 경색되고 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

두번째 불안의 진원지인 유럽은 언제든 시장에 불을 지를 수 있는 화약고다. 지난달 유로존 정상들이 그리스 추가지원 방안에 합의하면서 채무위기 확산 우려가 가라앉을 듯했지만 2일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6%를 넘어 유로존 도입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다시 불안감이 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현상을 '새로운 징조'(fresh sign), '새로운 경고'(fresh alarm)로 진단했다. 그리스에서 위기의 진원지가 본격 이동해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채무위기가 전면에 부상, 유로존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이미 위기를 맞고 있던 나라들이다. 그럼에도 불확실성과 불안감은 새롭게 돋아났다. AFP는 유럽 채무위기가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사라지고 새로운 위기의 확산 우려가 주의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경제, 더블딥 올까?=이처럼 미국과 유럽의 부채 문제로 인해 불거진 불안감은 글로벌 경제가 더블딥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도 연결된다. LA타임스는 "취약한 경제 상황에서 부채 문제에 따른 막대한 재정지출 감축이 시장을 겁먹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들도 미국발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를 확산시키고 있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률 1.3%로 시장 예상을 밑돌았다. 이어 1일 나온 공급관리자협회(ISM) 7월 제조업지수는 2년래 최저치로 하락했다. 특히 2일 발표된 6월 개인소비는 0.2% 감소해 2년 만에 감소세를 기록해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처럼 경제성장과 제조업, 소비, 고용 모두 부진의 늪에 빠져 미국 경제의 더블딥 우려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월가 유력 애널리스트 메레디스 휘트니도 "고용 감소와 주택 가격 하락 등에 의해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며 "주택시장은 확실히 더블딥에 빠졌고, 경제 전체의 더블딥 리스크도 커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실제 경기 흐름이 어떻든 현재의 불안감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다. 그러나 당장 분위기를 진정시킬 뾰족한 수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단 정책 수단이 제한적이다. 이미 많은 방법들이 동원돼 학습효과를 지닌 시장에 약발이 먹힐지 의문이다. 또 정치적 결단도 필요한데 이미 미국과 유럽은 부채위기 해법 모색 과정에서 리더십 부재와 정치적 난맥상을 여실히 드러낸 바 있다.



미국의 경우 뚜렷한 경기둔화 양상에 3차 양적완화(QE3) 시행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비록 기대에 못미쳐도 플러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물가는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물가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선뜻 QE3 카드를 꺼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교롭게도 이같은 불확실성 역시 시장의 불안을 부추기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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