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원 vs 80엔'…현대차·토요타 환율 내성은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1.08.05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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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심리적 마지노선'까지 여유있어…토요타 '80엔'도 부담

"환율은 상당히 걱정하는 부분 중 하나로, 어느 수준까지 견딜 수 있을지 말하기 힘들다."(7월28일 이원희 현대차 부사장)

"현재 상태로는 일본에서 생산이 쉽지 않다.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7월13일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 사장)

현대·기아자동차와 토요타자동차가 펼칠 하반기 '글로벌 4위 쟁탈전'의 최대 변수로 '환율리스크'가 떠올랐다. 특히 상반기에 지속된 원화·엔화의 강세가 7월에도 이어지며 수출의존도가 높은 두 업체의 경영을 압박하고 있어서다.



◇'1030원 vs. 80엔', 누가 더 부담?=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105,600원 ▲2,100 +2.03%)와 토요타가 제시한 하반기 환율 예상치는 각각 1030원과 80엔이다. 이는 모두 연초 전망치를 대폭 하향한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당초 올해 사업계획을 원/달러 환율 1100원에 맞춰 작성했고 토요타는 애초 85엔으로 예상했다가 82엔으로 수정한 뒤 재차 80엔으로 전망치를 낮춰잡았다. 두 업체의 하반기 환율 예상치 1030원과 80엔이 실제로 들어맞을 경우 현대·기아차가 입을 타격은 커보인다.



현재 원화환율은 1050원 수준으로 하반기 평균환율이 1030원이 될 경우 지금보다 20원이 더 내려간다. 대략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마다 현대·기아차의 영업손실은 1300억원(현대차 800억원, 기아차 500억원)이 불어나 단순 계산하면 2600억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반면 토요타의 하반기 환율전망치 80엔은 현재 엔화환율 77엔보다 3엔이 높다. 엔화환율이 1엔 떨어질 때마다 토요타의 영업손실은 300억엔(4111억원)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돼 토요타는 오히려 900억엔(1조2333억엔)의 영업손실을 피할 수 있다.

현대차 (250,500원 ▲4,500 +1.83%), 그래도 여유 있어=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단순 계산에 따른 상황이다. 토요타의 경우 환율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85엔은 이미 지난해 말에 무너졌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업계에서 거론되는 마지노선 1000원까지는 아직 거리가 있다.


올해 두 업체의 환율전망이 현실화된다면 실질적 부담은 토요타 쪽이 훨씬 크다. 이는 두 업체의 환율 대응방안에서도 드러난다. 토요타는 엔화가치 상승에 따른 수출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에 400억엔을 투자해 100만엔(1350만원)대 소형차를 연간 20만대 생산하는 공장 건설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을 한국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 수출하는 방안과 20% 수준의 강도 높은 원가절감 계획도 제시했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해외공장에서 저가형 모델을 만들 계획이 없다. 오히려 품질개선을 통한 '제값받기' 전략을 하반기에도 이어가기로 했다. 이는 하반기 환율이 1030원대로 가더라도 기존 글로벌 전략을 수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환율 내성을 갖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원/달러 1000원선 무너져도…=환율이 두 업체가 제시한 예상치보다 아래로 떨어지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도 현대·기아차보다 토요타가 상대적으로 타격이 크다.

외환시장에서는 하반기 원화환율이 1000원 밑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양승석 현대차 사장과 이재록 기아차 부사장 등 고위관계자들은 원화환율이 1000원 밑으로 내려가면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2006~2007년 평균환율 900원대를 1차례 겪은 뒤 이후부터 1000원 아래 환율에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생산구조를 마련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환율이 900원대를 기록한 시기에 개발해 2008년에 출시한 '쏘울'과 '포르테' 이후 모델부터 최악의 환율리스크를 가정한 제품 개발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반면 토요타의 경우 현대·기아차가 최악의 환율부담에 시달릴 때와 같은 시기에 엔화환율이 평균 110엔 수준을 유지해 별다른 환율리스크가 없었다. 엔화환율이 90엔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것도 2009년 이후다. 업계 관계자들은 토요타가 예방접종 없이 현재와 같은 '엔고'에 직면해 최악의 시기를 맞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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