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채무위기 새 국면, 스페인·이탈리아 전면 부상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11.08.0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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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국채금리 최고치 기록, 그리스서 위기 진원지 이동…해법 모색 난항

미국의 채무한도 증액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사이, 일시 진정 양상을 보였던 유럽의 국가채무위기 사태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위기의 주범이었던 그리스 추가지원 문제가 해결됐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인과 이탈리아로의 위기 확산 우려가 재고조되고 있는 것.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이미 위기를 맞고 있던 나라들이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은 현 상황을 '새로운 징조'(fresh sign)나 '새로운 경고'(fresh alarm)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스에서 위기의 진원지가 본격 이동해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채무위기가 전면에 부상해 유로존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페인·이탈리아, 국채금리 최고치 기록=이같은 위기감은 2일(현지시간) 유럽 국채시장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금리)이 유로존 도입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스페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최고 6.455%까지 치솟았다. 이는 전일 대비 25.5bp 상승한 것이다. 마감 기록은 6.282%로 4거래일째 6%를 웃돌고 있다.



또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이날 최고 6.129%까지 올랐다. 그리스 추가지원 문제로 위기감이 고조됐던 지난달 중순 이후 또다시 6%대에 진입한 것이다. 마감 기록도 전날에 이어 6%대에 머물렀다.

특히 같은 만기 독일 국채에 대한 프리미엄을 나타내는 스프레드(금리차)도 유로존 도입 이후 사상 최대폭 확대됐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각각 404bp, 384bp로 커졌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의 이같은 현황은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쿠갈 등이 앞서 구제금융을 수혈 받았던 때와 비슷하다.

아울러 증시도 충격을 드러냈다. 이날 이탈리아 증시의 FTSE MIB지수는 2.53% 급락한 1만7272.79로 2년래 최저치를 경신했다. 특히 이탈리아 국채를 1조9000억 유로 보유한 은행주들의 하락이 심했다. 스페인 증시도 1.2% 하락했다. 유럽과 미국 경제의 침체 우려도 증시 급락에 한몫했다.


심지어 프랑스 국채도 독일 국채 대비 스프레드가 사상 최대폭인 75bp로 확대됐다. 반면 유로존 국가가 아닌 영국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지난 194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탈(脫) 유로존 분위기를 반영했다.

◇"뾰족한 수가 없다"=FT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이같은 시장 혼란이 이번 여름이 가기 전에 멈추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분위기를 바꿀 만한 획기적인 조치가 나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그리스 추가지원 방안과 함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역할을 확대해 유통시장에서 문제가 되는 국가의 국채를 직접 매입할 수 있도록 했지만 시장의 불신을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4400억 유로 규모의 EFSF가 더 확대되더라도 스페인과 이탈리아처럼 경제 규모가 큰 나라의 구제금융을 감당하기에 충분할 지는 불투명하다는 우려다. 또 EFSF 확대 계획은 유로존 각국의 승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수주에서 수개월 이상 시간이 걸려 당장 실효성은 없다. FT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마음은 급한데 행동은 느린 부조화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뚜렷한 복안은 없지만 스페인과 이탈리아 정부는 더 바빠졌다. 유로존의 다음 구제금융 대상국으로 지목받고 있는 스페인의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총리는 여름휴가를 반납했다. 그러나 이날 스페인 정부는 투자자들의 자국 국채 투매 현상에 대해 "일시적이고 투기적"이라며 원론적인 대응만 되풀이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재정안정위원회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줄리오 트레몬티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3일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회의) 의장을 만나 위기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시장 불신이 사퇴 압력으로 해석되고 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도 3일 다시 상·하원 연설을 통해 여론 달래기에 나선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480억 유로 규모의 재정적자 감축안을 지난달 의회에서 통과시켰지만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에 직면해 있다. 전문가들은 이탈리아의 경우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비롯한 정치권의 신뢰 결여를 채무위기의 핵심적 문제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한편 유로존 차원에서도 스페인과 이탈리아 위기의 전면 부상을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이미 지난달 정상회의에서 대부분의 조치들을 밝혀놓은 상태여서 또다른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올리 렌 유럽위원회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시장에 침착함을 호소하는 것 외에 다른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그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시장 안정과 경제 성장을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모두가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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