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뒤늦게 '골드러시' 나선 배경은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11.08.0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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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투자'에 소극적이던 한국은행이 13년 만에 금 12억4000만 달러(25톤) 어치를 매입했다. 금모으기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199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 해 4월 수출하고 남은 금을 매입한 것을 끝으로 한은은 '금보기를 돌 같이' 해왔다.

중국과 인도 등 다른 나라들이 외환보유액 투자다변화 차원에서 금 보유량을 늘려 왔던 것과는 대조되는 행보였다.



◇'금은 수익성, 안정성 떨어진다'던 한은=한은은 그동안 금이 가격 변동이 큰 데다 이자나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도 없고, 다른 통화나 자산으로 바꾸기 쉽지 않다는 점 등을 이유로 투자를 꺼려왔다. 수익성과 안정성, 유동성 등 외환보유액 운용의 3대 원칙에 있어 금보다 유가증권이 낫다는 설명이었다.

당장 금은 매입에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같은 돈을 채권 등에 투자하면 이자가 들어오는데 금은 그렇지 않으니 수익성을 우선시한다면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인 투자처일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도 이런 점들이 어우러져 한은 금 투자의 걸림돌이 돼 왔다. 외환보유액이 1000억 달러 대에 불과했던 2004년 이전에는 딱히 금 매입에 나설 만한 여력도 유인도 없었다면 2005년부터 2007년까지는 한은이 적자를 내던 시기라 이자나 배당을 기대할 수 없는 금에 투자할 상황이 아니었다.

2008년 이후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외환보유액의 유동성 확보에 우선순위를 두다보니 다른 통화나 자산으로 쉽게 바꾸기 어려운 금은 순위에서 밀리게 됐다. 이후 한은은 금 투자 필요성을 인정하고 타이밍 잡기에 나섰지만 지금까지 매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투자다변화, 안전자산 확보 차원서 금 산다'=그러나 한은은 외환보유액이 3000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으로 높아졌고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속에서도 국내 외환시장은 안정성을 유지하는 등 과거에 비해 금을 살만한 여건이 됐다고 설명했다.


전에 비해 외환보유액이 증가하면서 일정부분 수익성이나 유동성 등을 포기하고 그 자리를 금으로 채울 만한 여력이 생겼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금은 미 국채 등의 비중이 많은 외환보유액의 투자를 다변화하는 효과가 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거나 금 가격 표시통화인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금 가격은 오르므로 외환보유액 가치가 낮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국제 국제금융시장 불안 시 안전자산으로서의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에 대한 신뢰도도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금 가격 변동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투자다변화 효과로 금 가격 변동이 전체 외화자산의 수익에는 안정성을 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 투자 타이밍 놓쳤다 뒤늦게 샀다?=일각에서는 한은이 금 투자 타이밍을 놓쳤다가 국제적으로 달러 위상이 약해지면서 부랴부랴 금을 매입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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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보유액과 함께 금 보유량도 늘려온 반면, 우리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만 해도 2003년 600톤에 불과했던 금 보유량이 최근 1054톤을 넘어서며 세계 금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중국을 포함한 일본, 대만, 인도, 한국, 홍콩, 싱가포르 등 외환보유액 상위 10위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보유액 대비 평균 금 비중은 2.4%. 우리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3000억 달러를 넘은 7위지만 금 비중만 놓고 보면 0.4%로 매우 작다.

더구나 이번 한은의 금 매입 단가는 사상 최고치 근처인 온스 당 1540달러 초반으로 추정된다. 늦게 샀지만 싸게 사지도 못한 셈이다.

한은은 이에 대해 "항상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였다"며 "가격 수준을 두고 왜 안 샀느냐고 하기보다 이제 우리도 금 매입 여력이 생겼다는 측면에서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한은은 전문가들의 금 가격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승추세라는 전망이 우세하며, 이런 점에 미뤄 외환보유 다변화 측면에서 금 보유량을 늘리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은은 금의 추가 매입 여부에 대해서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언급하기 곤란하다"고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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