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사기, 순진한 노인들로 표적 바꿨다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11.08.0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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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거주 노인대상 전화사기 기승…금감원, 금융사와 함께 예방활동 집중

지난달 충남 아산에서 농사를 짓는 전모씨(67)는 경찰청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예금계좌가 범죄와 관련돼 있으니 카드번호와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는 내용이다. 자신의 이름은 물론 주요 신상정보를 줄줄 꿰고 있어 얼떨결에 카드정보를 알려줬다.

상대는 이를 이용해 잽싸게 전씨 명의로 카드론 대출 800만원을 받았다. 그리고는 전씨에게 전화를 걸어 범죄자금이 입금됐다며 800만원을 다시 자신에게 이체토록 했다. 물론 그는 경찰이 아니라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죄자다.



최근 농·어촌 지역 노년층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동안 수사기관과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의 지속적 노력으로 보이스피싱 피해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으나 올 들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일 금감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발생건수만 3346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2% 늘었다.



특히 금융정보에 취약한 농·어촌지역 거주 노년층의 피해가 급증하는 양상이다. 사기범들이 피해자의 주민번호와 나이, 주소 등 개인정보를 잘 알고 있는 점도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행정안전부, 금융회사 등과 함께 취약지역·계층을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키로 했다. 포스터와 설명 자료를 작성해 배포하고 지역 금융기관들은 예금거래 빈도가 낮아 상대적으로 보이스피싱에 대해 잘 모르는 고객에게 설명을 집중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금융사 임직원의 피해예방활동도 강화한다. 현금자동인출기 주변을 휴대전화로 통화하면서 서성이는 고객, 만기 전 정기예금을 중도 해지하는 등 갑자기 예금을 인출하는 고객은 피해여부를 직원이 확인하도록 지도한다.


아울러 농·어촌지역 영업점 직원들은 고객들을 대부분 잘 알고 있는 만큼 모르는 사람에게 송금하려 할 때도 거래내용을 확인해 대응하도록 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를 사전에 파악한 상태에서 농·어촌 노인들을 노리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검찰, 경찰, 금융감독원, 우체국 등 공공기관이나 은행에서는 절대 전화로 개인의 금융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모르는 사람한테 금융정보를 묻는 전화를 받으면 무조건 끊어버리면 된다"며 "만약 사기범 계좌로 돈을 송금했다면 즉시 거래은행에 지급정지를 신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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