休~일상을 훌훌 털고 구름 위로 "굿 샷"

머니투데이 경북(문경)=이용빈 기자 2011.07.29 16:07
글자크기

[문경레저타운골프장(문경GC)]회색 폐광 물들인 녹색, 자연美 계곡코스 탄성

편집자주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들다는 새재로 유명한 경북 문경(聞慶). 영남의 관문이자 백두대간의 중심지인 문경은 1980년대 후반까지 30개 이상의 탄광을 보유한 산간벽지였다. 강원 태백 인근과 함께 제2의 탄전(炭田)지대로 국가산업과 지역경제를 이끌어왔다. 광산업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골목을 다니는 개들도 1만원짜리 지폐를 물고다닌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지역경기가 좋았다. 탄광촌으로 이름 높던 문경이 지금 스포츠레저도시로 비상하고 있다. 2015년 세계군인체육대회 유치가 확정됐고 창공을 훨훨 날아다니는 패러글라이딩을 비롯해 와이어에 몸을 싣고 숲 속을 질주하는 지프라인, 급류를 헤치는 래프팅 등 스릴만점의 레포츠 고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길이 좋아져 수도권에서 불과 2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문경에는 회색 폐광 위에 내려앉은 숨은 보석 같은 골프장도 있다. 산악지형을 끼고 시원하게 펼쳐진 문경레저타운골프장(문경GC)이다.

↑문경GC 5번홀.↑문경GC 5번홀.


◇자연미 살린 산간계곡 코스…탄성 절로

골퍼들은 새로운 코스를 만나면 기대감에 부풀게 마련이다. 심장이 뛰면서 빨리 티샷을 날리고픈 아드레날린이 치솟는다. 하지만 문경GC는 애시 당초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방문했다.

홍보가 많이 되지 않은데다 석탄 산업이 붕괴된 뒤 침체된 지역경제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그 자리에 대체 이식된 관광기반 시설에 불과할 것이라고 나름 선을 그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은 달랐다. 이 골프장에 들어선 순간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문경GC의 골프 환경은 생각했던 것 이상이다. '퍼블릭은 짧고 좁은 코스에 격이 떨어지는 곳'이라는 기존 관념을 보기 좋게 뒤집는다.

문경GC 전경.문경GC 전경.
문경의 명산인 주흘산을 배경으로 뛰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문경GC는 문경시 마성면 외어리 일대에 들어선 18홀 퍼블릭골프장. 산악지형과 계류를 최대한 활용하는 산간계곡형 골프코스를 지향하고 있다.



총 면적 102만2039㎡(약 31만 평)인 이 골프장의 전장은 6465m(7070야드)다. 대중 골프장이지만 코스 제원만으로도 회원제 골프장에 전혀 손색이 없다.

문경GC는 문경의 단산과 봉명산이 마주한 계곡을 중심으로 자리했다. 예전에 동우점고개로 불렸던 곳이다. 워낙 산과 계곡이 깊은 곳이기 때문에 천혜의 자연 속에 파묻혀 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 봉명산은 과거 석탄과 흑연을 생산하던 '봉명광업소'가 있던 곳.

인코스와 아웃코스를 포함한 전체 레이아웃의 명칭은 '문희경서(聞喜慶瑞)'다. 문경의 옛 이름에서 따 기쁜 소식을 듣는다는 '문희', 경사스러운 조짐이 있다는 뜻의 '경서' 코스로 나눠진다.


골퍼들에게 경사스럽고 기쁜 소식이라면 홀인원과 알바트로스만 한 게 있으랴.
실제로 문경GC에서는 최근 '릴레이 기적'이 일어났다. 파(par) 포(four)홀에서 연속으로 알바트로스 홀인원을 하는 진기록이 나와 화제다.

지난 4월 13일, 문희코스 6번 홀에서 앞 팀과 뒤 팀이 연속 알바트로스 홀인원을 세계 최초로 기록한 경사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파3홀에서나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진 홀인원이 이날 파4홀에서 이루어 졌으며, 더욱이 두 명의 순수 아마추어 골퍼가 연이어 알바트로스 홀인원을 한 것은 전 세계 어느 골프장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로 기록됐다.

문경GC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대식당과 스타트하우스 이름을 '알바트로스홀' 과 '홀인원 홀'로 개칭하고 알바트로스 기념판을 부착했다.

◇빼어난 경관에 승부욕 자극, 고난도 코스
↑문경GC 15번홀.↑문경GC 15번홀.
문경GC는 전형적인 산간 Valley(계곡)형 코스다.
문희코스 9홀은 자연의 평온함을 만끽할 수 있는 소나무 숲과 갈대밭, 생활연못 등과 백두대간의 기운이 서려있다. 편안하면서도 난이도가 높다. 또 경서코스 9홀은 골짜기 특유의 계류 및 연못에 자연석과 야생화가 어우러져 자연경관이 뛰어난 역동적인 코스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홀에 들어서면 '아기자기하고 아름답다'는 탄성이 입에서 절로 흘러나온다. 18개의 홀이 저마다의 특색을 가지고 있어 입장객은 18번 눈이 즐겁고 몸이 즐거워진다.

↑문경GC 클럽하우스.↑문경GC 클럽하우스.
무엇보다도 중지인 페어웨이 잔디의 밀도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문경GC는 최근 골프장 전홀(18홀)의 그린 주변에 '그린 칼라' 공사를 마무리했다. 그동안 골퍼들의 불만이 높았던 그린주변의 잔디 불량상태를 '켄터키블루그래스(한지형 양 잔디)' 로 말끔히 정비한 것이다.

이로써 이곳을 찾는 골퍼들은 보다 쾌적한 상태에서 플레이를 할 수 있어졌다. 그야말로 디보트 자리 하나 없는 양탄자 같은 잔디 상태에 연방 감탄사가 나온다.

공사과정에서도 자연훼손을 최소화하는 친환경에 각별히 신경 썼다. 골프장 조경공사를 하면서 소나무 등 기존 나무들을 베지 않고 이식해 놓았다가 조성 뒤 대부분 다시 가져다 심었다. 아웃코스 2번 홀 옆에 있는 습지도 환경영향평가에서 보존가치가 높다고 해 그대로 살려 뒀다.

매끈한 잔디와 멋들어지게 휘어진 소나무, 코스에 피어있는 아름다운 노란 들꽃에 취해 정신이 팔리다 보면 어느새 스코어 관리는 뒷전이 되고 만다. 아름다운만큼 치명적인 위험이 함께 공존하기 때문에 골퍼들은 정신을 단단히 차려야 한다. 자연 경관을 그대로 살린 골프장일수록 그만큼 코스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다.

↑↑문경GC 아웃코스 3번홀(파4 360m). 왼쪽으로 휘는 '도그레그(dog leg)' 홀이다.<br>
↑↑문경GC 아웃코스 3번홀(파4 360m). 왼쪽으로 휘는 '도그레그(dog leg)' 홀이다.
문경GC 코스는 페어웨이가 좁고 길면서 업다운이 심하다. 그린은 원그린 평균치에 비해 다소 좁으면서 언듈레이션이 심하고 까다로운 편. 그렇다고 억지춘향은 결코 아니다.

그린 플레이의 변별력을 가늠하는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게다가 일부 홀에서는 착시현상까지 있으므로 그린에서는 가급적 캐디의 조언을 따르는 게 좋다. 아무리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고 하지만 그 또한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1번 홀에서 코스를 바라보면 잘 다듬어진 페어웨이 뒤편으로 주흘산이 펼쳐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18홀의 코스는 어느 한 곳도 비슷한 느낌을 주지 않는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티샷은 쉽지만 세컨드 샷에서는 스탠스가 좋지 못한 곳이 대부분. 봉명산과 단산을 끼고 있는데다 앞에는 명산 주흘산이 펼쳐져 바람이 잦다.

◇ '18홀 18색' 홀마다 다른 개성

1홀은 다소 길지만 무난하다. 세컨드 샷이 12m 하향 홀로 다소 거리 부담이 있으나, 우측 절토사면 방향으로 공략하면 보기가 무난한 홀이다.

아웃코스 3번홀(파4 360m)의 경우 왼쪽으로 휘는 도그레그(dogleg) 홀이다. 티잉그라운드에서 210m지점에 벙커가 있다. 벙커를 넘기면 그린까지 70~80m가 남는데 바람이 제일 많이 부는 곳이어서 어려운 홀 중 하나다.

5홀은 정확한 드라이버샷을 요구한다. 티잉그라운드 앞에 있는 자연습지를 넘기고 페어웨이 좌측 벙커 방향으로 공격적인 티샷을 해 페어웨이에 안착해야 파가 무난하다.

전체적으로 페어웨이가 좁고 경사가 심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한마디로 '숨은 2인치'가 있다. IP(Intersection Position·티샷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 부근으로 가면 보이지 않은 여유 공간을 만나게 된다. 잘 보존된 자연숲과 원형보존지가 가져다 준 일종의 '덤'인 셈이다.

페어웨이와 해저드, 그리고 벙커는 아기자기한 설계 특징이 잘 반영돼 있다. 입장객들은 '여기가 정말로 예전에 폐광이었냐'고 놀라기도 한다.

休~일상을 훌훌 털고 구름 위로 "굿 샷"
잘못된 샷, 또는 계획하지 않은 샷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응징을 가한다. 해저드를 충분히 넘길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짧아지고, 반대로 도저히 넘길 수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쳐보면 여유 있게 넘어가는 몇몇 홀은 라운드의 묘미를 배가시켜 주는 활력소가 된다.

90타 이내의 골퍼들에게는 도전과 재미를 충분히 제공해주지만 초보자는 공을 잃어버리기 쉬울 것 같다.

전반을 마치고 10번 홀을 지나면 승부처가 기다린다. 골짜기를 따라 어우러진 골프코스와 그 너머로 보이는 원경이 아름다운 11번 홀이다. 파 4홀 중 2번째로 긴 이 홀은 힘과 기술, 자신감이 없이는 정복하기 어렵다.

14번 홀은 계곡의 축선을 따라 우측으로 굽은 홀로 시원한 장타를 뽐낼 수 있는 홀이기도 하다. 투온이냐, 쓰리온이냐, 욕망과 절제 사이에서 고민을 하게 만드는 등 미묘한 갈등을 일으킨다. 캐디의 조언을 따라야만 낭패를 면한다.

15번 홀. 15번 홀.
15번 홀은 또 한 번 문경GC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청량한 홀이다. 페어웨이가 넓고 전면에 커다란 연못이 있는 이 홀은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홀 전체가 시야에 들어와 광활한 느낌을 준다.

休~일상을 훌훌 털고 구름 위로 "굿 샷"
명산으로 둘러싸인 백두대간의 중심에서 청명한 바람을 시원하게 가르는 티샷. 생각만으로도 가슴 벅차오르게 한다. 혹시 아는가? 당신도 알바트로스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문의 : (주)문경레저타운(www.mgle.co.kr / 054-550-5000)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