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 받는다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1.07.26 14:36
글자크기

당국 "위기가정 외화조달 계획 내라"...김석동 연일 "외화유동성' 강조

금융당국이 강도 높은 '스트레스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를 실시하는 등 국내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 점검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유럽 재정위기 등에 따른 최악의 시나리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내 은행들의 비상시 외화 조달 계획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26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말까지 국내 은행의 외화 유동성 관리 현황을 파악한 뒤 다음 달 비상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별로 외화 자금조달 여건이나 유동성 관리 기준 편차가 커 철저한 점검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며 "실제 위기상황을 대입한 스트레스테스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에 앞서 이달 초 국내 12개 은행(지방은행 제외)으로 구성된 '외화유동성 특별점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이달 말까지 이들 은행으로부터 비상시 외화자금 조달 계획 등을 제출하도록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남유럽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가 국내 외화 자금 사정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유럽 전체로 위기가 전이되면 '글로벌 위기'로 가게 된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은행들의 외화 자금 사정이나 차입 여건 등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TF를 구성한 12개 은행을 비롯해 국내 모든 은행의 외화 유동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연일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 관리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3일 "올해 안에 외환 건전성 문제를 1번(최우선)으로 하겠다"며 외환 부문을 금융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꼽은 데 이어 전날 간부회의에서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을 각별히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1일 기자단 세미나에서도 "금융기관의 외환 건전성과 유동성 확보는 대단히 중요하다"며 "세심하게 점검하고 대응할 확고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3년 SK글로벌 회계분식 사태,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등에서 보듯 '스몰 오픈 이코노미'(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외부 충격이 오면 외화 자금 사정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의 발언도 위기 가능성에 대비해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