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벌레 MB, 휴가 세일즈 나선 이유는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11.07.2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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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경기 부진 여전, 내수 활성화 기회로… 라디오 연설서 '가볼만한 휴가지' 소개

'일벌레' 이명박 대통령이 휴가를 챙기기 시작했다. 국민들에게 국내에서 휴가를 보낼 것을 권유하는가 하면, 가볼만한 국내 휴가지를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휴가와는 거리가 멀었던 이 대통령이 휴가 전도사로 변신한 까닭은 내수 때문이다. 체감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여름 휴가철을 내수를 진작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본 것이다.



이 대통령은 25일 제70차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국내 휴가 활성화를 위한 공동캠페인'이 벌어지는 등 내수활성화에 대한 절박함이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것 같다"며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은 지역 경제와 서민경제를 살리는 데 큰 보탬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에 가볼만한 휴가지를 하나하나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올레길, 둘레길 등 걸어서 여행하기에 좋은 생태관광길도 많이 생겼다"며 "강원 인제 냇강마을에서는 직접 뗏목을 만들어 탈 수도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 밖에도 경북 동해안의 망양 해수욕장, 부산 자갈치 시장, 경남 남해 해바리마을, 전남 여수 금오도, 전북 임실 치즈마을, 충남 태안 볏가리 마을, 충북 보은 법주사의 템플스테이, 한강 등을 추천했다.

젊은이들에게는 자전거 전국 일주를 권했다. 이 대통령은 "올 하반기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한강과 금강, 영산강, 낙동강을 따라 총 1600킬로미터, 장장 4000리에 이르는 자전거길이 만들어진다"며 "얼마전 남아공 더반에 가서 만난 많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도 저에게 세계 최장의 자전거길이 생겼다고 하면서 많은 것을 물어왔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현대그룹 시절부터 '일벌레'로 불렸다. 휴가와는 당연히 거리가 멀었다. 현대그룹을 떠날 결심을 하고 1991년 12월31일 가족들과 함께 한 제주도 여행이 두 아이와 함께 간 첫 가족 여행이었을 정도다.


이랬던 이 대통령이 휴가를 강조하기 시작한 것은 내수 활성화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금융 위기를 일찌감치 극복하고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경제가 활력을 되찾았지만 내수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서민들의 체감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은 "관광산업은 제조업에 비해, 일자리가 두 배 이상 늘어난다"며 "통계에 따르면 온 국민이 하루씩만 국내 여행을 늘리면 지역 경제에 2조원 정도가 흘러가고, 일자리 4만 여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형태의 국내 휴가지가 등장하고 있는 것도 이 대통령이 적극 휴가 세일즈에 나선 배경이다. 이 대통령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 여행지는 제주도, 부산, 동해안 같은 몇 곳이 다였다"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지난해에만 1200만 명이 넘게 해외여행을 다녀왔지만 우리나라에 온 관광객은 800만이 조금 넘는 수준"이라며 "국내 관광 비중이 프랑스는 65%, 캐나다의 경우는 80%가 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50%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외국관광객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국민이 국내 여행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며 "저도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꼭 가지려고 계획을 세워놨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2008년에 닷새, 2009년에 나흘 동안, 지난해에도 닷새 휴가를 다녀왔다. 하지만 각종 현안들 때문에 휴가 기간 중에도 제대로 못 쉰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법정 휴가일수는 2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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