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워크아웃 졸업'…재기 꿈꾼다

머니투데이 최명용 기자 2011.07.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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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실패·IMF로 위기…사원 힘으로 흑자→M&A 성공→'코스모신소재'로 재기

'10년만에 워크아웃 졸업'…재기 꿈꾼다


"대한민국 중화학공업의 효시. 최고의 호황. 10년의 워크아웃. 8년 연속 적자. 한 번의 흑자전환. 극적인 기업 인수합병(M&A). 그리고 재기."

코스모신소재 (144,200원 ▼2,400 -1.64%)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간략히 요약하는 말들이다. 물론 그 속에 임직원들이 겪었을 환희와 고통, 성취감과 쓰라림은 어찌 표현할 길이 없다.



코스모신소재의 전신은 새한미디어다. 새한미디어는 오디오 비디오용 자기테이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던 곳이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명예회장의 차남 고 이창희 회장이 이끌며 198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회사다.

1967년 만들어진 새한미디어는 영상산업 발달과 함께 승승장구했다. 심지어 '불량품'도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다. 전세계 바이어들이 줄을 서서 물건을 받으려고 대기했다.



하지만 화려한 날은 한순간에 사그러졌다. 1987년 충주공장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고 이창희 회장은 1991년 혈액암 판정을 받고 불과 3개월만에 사망했다. 이후 신수종 사업을 찾겠다며 도전한 사업은 번번이 실패했다. 호출기 사업과 씨티폰 단말기에 도전했으나 막차였고 조경사업에 콘크리트, 운송업까지 벌였다. 모두 쓴잔만 마셨다.

몇 차례 실패한 대규모 투자는 회사의 재정상황을 급격히 악화시켰다. 이러던 와중에 IMF외환위기가 닥쳤고 그룹은 일순간에 와해됐다. 결국 2000년 5월 새한미디어는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10년간 뼈를 깎는 고통을 세월을 보내야 했다.

'10년만에 워크아웃 졸업'…재기 꿈꾼다
김재명 코스모신소재 대표이사는 새한미디어의 흥망성쇠를 몸으로 겪었다. 1985년 새한미디어에 사원으로 입사해 최고의 호황과 워크아웃을 내내 지켜봤다. 2000명이 넘던 직원들이 380명으로 줄어드는 과정도 곁에서 봐야 했다. 구조조정 때마다 인사팀에 있었으니 얄궂은 운명이다.


10년간 워크아웃을 겪으면서 회사는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워크아웃 초기인 2001~2002년엔 환율 덕에 이익을 내기도 했다. 이마저 채권단이 고스란히 회수해가고 재투자는 없었다. 투자를 안 하니 실적은 더 안 좋았다. 이듬해부터 내내 적자였다. 2005년엔 두차례 증자를 했고 2008년엔 무상감자를 했다. 반복된 증가와 감자로 자본잠식은 면해 상장은 유지됐다. 하지만 지속된 적자에 채권단은 2009년 최후통첩을 했다. 파산이나 법정관리로 가자고 했다.

당시 경영지원실장이던 김재명 대표는 '정말 마지막이다'며 직원들을 설득했다. 서울사무소를 폐쇄하고 100여명의 인력을 또 줄였다. 김 대표는 2009년 4월 자진해서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삼성그룹 출신이나 채권단 등 외부 인사가 아닌 사원 출신 대표이사는 김 대표가 처음이었다. 김 대표는 "청사진을 보여주면서 이걸 못하면 다 같이 죽는다"며 일일이 직원들과 면담을 가졌다. 마지막으로 힘을 내자고 용기를 북돋웠다.

새한미디어는 오디오비디오 사업을 줄이고 코팅필름과 분체 사업을 육성하기로 했다. 코팅필름은 반도체나 적층콘덴서(MLCC)에 쓰이는 특수 필름이다. 과거 자기테이프를 만들던 기술을 응용, 기존설비를 활용해 비용은 줄이고 효과를 높였다. 코팅액을 만들던 기술을 활용해 분체 사업도 확대했다. 정밀한 입자로 만들어진 토너와 2차전지에 쓰이는 양극활물질 등이 신수종 사업이었다.

이번엔 적중했다. 스마트기기의 매출이 증가하면서 특수 코팅필름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2차전지 사업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새한미디어는 결국 2010년 1분기에 흑자를 냈다. 워크아웃 10년 간 침체만 겪던 곳이 직원들의 노력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김 대표는 "흑자전환을 2010년 2분기쯤으로 예상했는데 이를 3개월 앞당겼다"며 "믿고 따라준 직원들이 눈물 나게 고맙다"고 말했다.

흑자를 내자 채권단은 M&A를 제안했다. 흑자기업이 되자 몸값도 올랐다. 신수종 사업을 찾고 있던 GS계열의 코스모그룹이 인수 의사를 밝혔고 비교적 일사천리로 M&A협상이 마무리됐다. 2010년 10월 코스모그룹으로 편입됐고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사명도 코스모신소재로 바뀌었다.

코스모그룹은 인수 뒤에 CFO와 감사 등 딱 2명만 파견했다. 김재명 대표이사를 비롯한 380명의 직원은 전원 고용승계됐다. 워크아웃 중에 흑자전환을 이룬 힘으로 신수종사업을 키워달라는 믿음의 표현이다.

코스모신소재는 코팅필름과 분체 사업으로 주력 산업을 재편하고 있다. 오디오비디오 테이프 부문은 점차 줄여갈 계획이다.

코스모신소재는 올해 260억원 수준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미 이형필름, 점착필름 설비에 140억원을 투자했고 토너 부문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투자의 효과는 내년부터 나타날 전망이다.

올해 매출 1700억원을 예상하고 있으며 영업이익 93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흑자 달성이 확실시된다.

투자 효과가 나타는 내년엔 두자릿 수 이상의 성장이 기대된다. 오디오비디오 부문을 정리할 경우 매출 성장률은 다소 줄어들 수 있다. 이 경우 이익률은 훨씬 좋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주식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10월 코스모신그룹으로 넘어간 뒤 주가는 두배 가량 뛰었다. 5000원대였던 주가는 지난 22일 9140원까지 올랐다. 실적까지 받쳐주면 주가 탄력을 더욱 강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재명 대표는 "대주주인 코스모그룹과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고 2차 전지 업계의 경쟁력 강화에 따른 매출 증가도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며 "추가로 준비하고 있는 제3의 신수종 사업을 더해 옛 새한의 영광을 되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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