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리모델링 사고와 수직증축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1.07.22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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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리모델링 사고와 수직증축


지난 20일 오후 리모델링 공사 중이던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한 상가건물이 무너져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무리한 리모델링 공사가 사고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건설업계도 이번 사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리모델링 수직증축'이란 민감한 현안과 맞닿아 있어서다.

관련업계와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아파트 리모델링 시 몇개 층을 더 올릴 수 있게 해달라는 수직증축을 정치권과 정부에 요구해왔다. 안정보강기술이 발전해 수직증축을 해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주무부서인 국토해양부는 불허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국토부는 리모델링 수직증축이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을뿐 아니라 가구수를 늘려 일반분양하면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초과이익부담금, 소형의무비율, 임대주택 건설, 기부채납 등 여러 제약을 받는 재건축과의 형평성문제도 거론된다.

구조물의 상당부분을 뜯어내 단지 전체를 '상전벽해'식으로 바꾸는 것만이 리모델링인지도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이런 식의 대규모 리모델링 때문에 재건축과 맞먹는 비용이 들고 이를 벌충해 사업진행을 원활히 하려는 목적으로 수직증축이 거론된 게 현실이다. 이처럼 리모델링 수직증축이 경제성과 형평성 등의 대결구도로 이어지면서 정작 안전성 여부는 논쟁의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구체적으로 나와봐야 알겠지만 현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점에서 정부와 날을 세워온 리모델링업계로선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게 됐다.

이달 초에는 안전진단 결과 양호한 등급을 받았다는 강변 테크노마트빌딩이 흔들려 대피 소동을 빚었다. 피트니스센터에서 23명이 단체로 뜀뛰기를 한 게 원인일 수 있다는 결과는 황당할 정도다.


우리에겐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성수대교가 끊어지는 참사라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수직증축은 경제·사회적 문제를 떠나서라도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문제가 걸린 만큼 토론과 검증을 충분히 거친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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