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만 먹는 W폰' 2년만에 OFF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반준환 기자 2011.07.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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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원 SK텔레시스 회장 강력한 추진 의지에도 후발 한계 극복 못해

SK, '₩만 먹는 W폰' 2년만에 OFF


SK그룹이 'W'브랜드의 휴대폰 단말기 제조업을 정리할 것이란 관측은 지난해 말부터 업계에 파다했다. 시장 판도나 추세 상 SK측이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더욱 어려워져서다. 그룹 차원의 정리 방침이 내려진 것은 최근이다.

SK그룹 관계자는 20일 "최신원 SKC 회장의 지시를 받아 수개월 전부터 사업 철수를 내부에서 검토해왔다"며 "SK텔레콤과의 마케팅 연계문제가 있어서 SK그룹과도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2009년 8월 SK텔레시스는 휴대폰 사업 재진출 의사를 밝혔다. 이는 SK그룹이 '스카이' 브랜드 휴대폰을 판매해 온 SK텔레텍을 팬택에 매각한지 4년만이었다. 당시 이동통신 1위 업체인 SK텔레콤과 서비스-제조업의 '수직결합'이 가능해질 것이란 청사진도 제시됐다.

하지만 사실 휴대폰 단말기 사업을 재개할 때 SK텔레시스의 시장 안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적잖았다. 실제 2009년을 전후해 군소업체들의 입지가 축소되는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선두업체들의 영향력이 커졌다. 2005년 SK텔레텍을 인수한 팬택이 워크 아웃상태였고, KT그룹의 단말자회사인 KT테크 역시 대규모 적자에 신음하고 있다.



이로 인해 후발사인 SK텔레시스의 휴대전화 제조업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대부분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아이폰을 필두로 한 스마트폰 열풍이 몰아쳤다. 삼성, LG 조차 대응에 힘겨워하는 상황에서 개발 여력이 뒤지는 SK텔레시스가 설 자리는 없었다.

'W폰' 사업은 애초 최신원 SKC·SK텔레시스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른 것이다. SK그룹 수뇌부는 단말기 제조사들과의 관계나 수직결합에 따른 정부의 규제 이슈를 들어 반대했으나 제조사업에 대한 최신원 회장의 열의를 꺾지 못했다. 최 회장은 과거 스카이 브랜드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며 휴대폰 사업의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챙겼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SK텔레시스측이 내심 기대했던 SK텔레콤의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오히려 경쟁사 보다 보조금 지원규모를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랜드 인지도가 뒤지는 W폰으로서는 타격이 적지 않았다. 삼성과 LG, 팬택 등 휴대폰 협력사들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는 SK텔레콤에게 SK텔레시스는 '애물단지'인 셈이다.


SK텔레시스는 SK그룹 계열이지만 최태원 그룹 회장의 사촌형인 최신원 SKC 회장이 실질적 지배권을 행사해 왔다. 최신원 회장은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의 장손이며, 최태원 회장은 최종현 2대 회장의 장남으로 사촌지간이다. 재계에서 최신원 회장이 SK그룹에서 분가(分家)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돈 것도 W폰 사업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최 회장으로서는 W폰을 제대로 키워 당당하게 분가하겠다는 뜻을 품어왔던 것이다.

이와 관련, SK텔레시스는 지난달 최신원 SKC회장을 대상으로 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43억원)를 통해 긴급자금을 수혈 받았다. 신주 발행가격은 주당 850원으로 최 회장의 보유 주식은 513만주가 됐다. 이로써 최 회장의 SK텔레시스 지분율은 1.1%에서 39.48%로 급등했고, SKC는 77.1%에서 47.46%로 줄었다. SK텔레시스는 이달 들어 78억원의 추가증자(주당 600원)도 추진하고 있다. 이 증자는 모든 주주를 대상으로 진행돼 실권주가 발생하지 않으면 지분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최 회장은 지분율이 높아져 경영책임도 커진 상태다.

SK텔레콤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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