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원가공개, 안해? 못해?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2011.07.2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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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이동통신 원가 요금 공개 논란

“통신비 원가공개, 못하는 겁니까 안하는 겁니까?”

지난 7월11일 참여연대가 서울행정법원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를 상대로 소장을 제출했다. 공적 성격이 짙은 이동통신의 요금 원가를 공개하라는 압박 차원의 제소다. 뜨거운 감자가 된 ‘이동통신요금 원가공개’를 둘러싼 시민단체와 통신업체 양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 참여연대 “기본요금을 내리든가, 원가를 공개하든가”

“이미 통신가입자가 5000만명을 넘었습니다. 국민 한사람당 한대꼴로 휴대전화를 사용 중인데, 통신서비스는 국민 생활 필수재이며 공적 서비스로 봐야 합니다.”

황희남 참여연대 간사는 ‘통신비 원가 개는 국민의 당연한 알 권리’임을 강조했다. 통신비 원가공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6월2일. 방통위는 4개월간 TF팀을 꾸려 통신요금 인하안을 논의한 끝에 ‘기본요금 1000원 인하’ 안을 내놓았다. 이에 참여연대 측에서 인하폭 1000원에 대한 근거와 통신요금 원가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방통위는 ‘기업의 영업비밀’을 이유로 공개거부 결정을 내렸다.



‘1000원 인하’와 관련해 사업자들의 요금 인하 여력이 없다는 것이 방통위 측의 판단이지만, 참여연대 측의 주장은 다르다. 실제로 각 이통사들의 지난해 수익이 전년 대비 약 100% 가까이 늘어난 점과, 원가보상률(일정한 기간 동안 발생한 영업수익을 총괄원가로 나눈 값)만 보더라도 최대 122%에 이른다. 황 간사는 “원가보상률에는 이미 설비투자비와 적정이윤이 포함돼 있다”며 “이 수치가 100%를 넘는다는 건 영업이익을 초과로 거둬들였음을 의미하는데 인하 여력이 없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가구당 월평균 이동통신요금만 하더라도 10만3370원에 달한다. 황 간사는 “통신비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있다는 소비자들의 원성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의 의구심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원가공개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통업체 “막대한 망 투자사업, 원가공개 적절치 않아”

“원가공개란 공공재에 해당하는 개념입니다. 분명히 민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원가를 공개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실상 현재의 원가공개 논의는 참여연대와 방통위가 주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각 통신업체들은 이번 논란에 있어 한발 물러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원가공개의 직접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입장 표명에 유난히 난색을 표했다.


통신업체들은 무엇보다 ‘하이리스크’ 산업인 통신업체의 특성상 원가공개 자체가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업은 기본적으로 대규모 망 투자가 필요한 장비산업”이라며 “2G에서 3G, 4G로 반복적·연속적 투자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제조업처럼 원가를 비교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막대한 자금을 들여 네트워크망을 깔았으나 가입자 수가 제대로 확보되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경우 망 투자비용 등 원가를 공개한다면 이 망을 사용하는 고객들은 몇백만원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설명이다.

최근 통신비 부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을 이통사들 역시 모르는 바는 아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예전에는 통화요금으로 느끼지 않았던 데이터 통신비 등이 늘어나는 추세다”고 답했다. 그는 “이통업체들은 10년간 해마다 통화료 인하를 단행해 왔다”며 “고객들의 요금 부담을 덜기 위한 여러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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