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투자클럽인 고벤처 포럼은 매달 마지막 목요일 청년 창업가들이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를 발표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 벤처캐피탈과 대기업, 벤처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이 자리를 통해 투자가 이뤄지기도 하고 개발자끼리 연결되기도 하고 사업계획이 수정되기도 한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인터넷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6월 모임에서 고영하 회장(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01@
이날 모임을 주최한 고영하 고벤처 포럼 회장(59)은 "이런 자리를 통해 투자가 이뤄지기도 하고, 개발자끼리 연결되기도 하고, 대기업의 주목을 받기도 하고, 피드백을 통해 사업계획이 수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하는 사람들은 돈뿐 아니라 네트워크 회사경영 마케팅 영업 홍보 특허 등에 대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네트워크가 두터운 창업 선배들이 이런 모임을 많이 주선해 새싹단계의 기업에 자양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 회장 역시 IPTV회사를 운영했고, 하나TV를 만든 하나로미디어 회장 출신의 창업 선배이다.
벤처기업, 대기업 사고방식·시스템 통하지 않아
자금은 지원받을 수 있어도 경영은 배울 수 없어
창업 선배들이 아니면 아이디어나 창업 의지만 보고 투자해줄 사람도 없고, 가능성을 현실로 함께 만들어줄 사람도 없다. 벤처캐피탈이라고 해봐야 남의 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투자를 받으려면 실적이 있어야 한다. 정부지원도 돈은 받을 수는 있지만 경영을 배울 수는 없다. 더욱이 벤처를 해본 사람이 아니면 초기 기업가들이 끊임없이 공부하고, 사업모델을 발전적으로 수정하도록 독려하기도 어렵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많은 창업가들이 자기가 만들고 싶은 제품, 자기가 만들 수 있는 제품만 만들다 실패한다"며 "아이디어를 시장이 원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바로 성공해본 창업가들"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벤처 생태계의 힘이 성공한 창업가들로부터 나오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벤처창업 선배들, 교본이자 코치이자
투자자 확보·경영 노하우 등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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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런 역할을 하고 있는 벤처 1세대는 고영하 회장과 장병규 대표, 주성엔지니어링을 창업한 황철주 벤처기업협회장, 이니시스 창업자인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김범수 NHN 창업자, 이택경 다음 창업자 정도이다. 벤처 사이클이 이제 겨우 한 바퀴 돌았을 뿐인 한계 때문이겠지만 수천명의 성공 창업가들이 후배 양성에 투자하고 있는 미국과 비교하면 일천하다. 신중경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 교수는 "한국경제가 일자리를 늘리고 혁신을 하려면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한국에도 실리콘밸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며 "실리콘밸리의 핵심이 바로 아이디어단계 회사가 벤처캐피탈 투자를 받고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 때까지 가교 역할을 선배 창업가들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