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호재? 기획부동산 매물만 넘쳐나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11.07.19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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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평창 특수 노리고 못쓸땅 '매물' 주의보

“글쎄요. 문의가 많은 것은 사실인데, 누가 문의했는지가 중요하죠. 죄다 5~10년 전에 비싸게 땅을 샀던 사람들에게 걸려오는 전화입니다. ‘가격이 올랐냐’ 혹은 ‘사려는 사람들이 좀 있느냐’고 물어봐요.”

3수 끝에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강원도 평창군 일대의 부동산 가격에 대한 문의가 늘었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지만 실제 문의는 거품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평창군 일대 중개업소에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문의가 토지 구입을 의뢰하는 이들보다는 과거 기획부동산의 유혹에 넘어갔거나 개발호재만 믿고 고가에 구입한 토지주인이 매도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전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서다.

평창군 진부면 H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에 땅을 잘못 구입한 사람의 전화만 이어지고 있다”면서 “적게는 3~4배, 많게는 수십배의 가격에 땅을 산 사람들이 매도시점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결정이 난 이후에도 토지가격 변화는 없고 거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기획부동산 매물만 넘쳐나

“트랙터를 타고 국유림을 헤치고 가야 하는 땅을 팔아달라고 합니다. 도로가 연결돼 있다는 말도 거짓이었어요.”


동계올림픽 유치의 최대 수혜지역으로 알려진 대관령면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관령면은 동계올림픽의 설상 경기가 열리는 지역으로 영동고속도로 횡계IC와 알펜시아를 에우르는 지역이다.

대관령면 용산리 M중개업소 관계자는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서 문의전화가 부쩍 늘어 1주일 동안 약 500여통이 폭주했지만 지금까지 계약은 단 한 건도 올리지 못했다”면서 “문의만 많고 실제 개인이 살 수 있는 매물은 없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획부동산을 통해 비싸게 땅을 산 사람들이 평창 특수를 노려 이번 기회에 팔아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 중개업소에서는 취급하지 않는 매물”이라며 “그들의 땅은 죄다 못쓰는 땅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평창 일대가 개발이 제한된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묶여있는 경우가 많은데다 기획부동산 매물의 경우 맹지가 많고 소유권 변동이 쉽지 않아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것. 정부나 자치단체의 토지수용이 운 좋게 이뤄진다 해도 구입비용만큼의 보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업다는 것이 중개업소 관계자의 공통된 의견이다.





◆알펜시아 분양도 기대 이하

“아직도 예약을 하십니까. 이제 방을 빌리지 말고 사세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7월6일. 주요 일간지에는 ‘알펜시아리조트’ 전면광고가 등장했다. 방송에서도 9시 뉴스 등 프리미엄 시간대에 알펜시아의 광고가 방영됐다. 무려 8000억원 이상의 빚을 떠안고 있는 알펜시아가 동계올림픽 유치 전후로 수십억원의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알펜시아 관계자는 “1주일 동안 주요 방송사 저녁 뉴스시간에 TV광고가 노출됐고, 유치 확정되던 날 주요 중앙일간지에 광고를 집행했으며, 일부 경제지는 꾸준히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면서 “광고 효과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양 상담 콜 수가 확정 전보다 2배 정도 늘었다”고 답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알펜시아리조트의 분양률은 30% 정도다. 사업성 확보를 위해 리조트 분양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성적은 기대 이하인듯하다. 알펜시아 측은 “공개할 수는 없지만 기대보다 미진한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알펜시아의 평소 문의가 많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2배로 늘어난 상담 콜 수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알펜시아는 강원도개발공사가 시행하고 있는 1조5000억원짜리 리조트 개발사업으로 이번 분양에서 스키·워터파크 이용권과 각종 쿠폰북을 제공하면서 특별분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강원도 투자 고려해야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로 인해 강원도 일대의 인프라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원주~강릉 간 복선전철과 제2영동고속도로, 동해·동서고속도로 등 교통망 구축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부담스런 재정투입이다. 교통 인프라 강화로 인해 들어가는 돈만 5조원에 이른다. 경기장 6곳과 생활 인프라 확충에 들어가는 비용은 별도다. 그동안 정부나 자치단체가 제시한 개발사업이 재정악화로 빚더미에 오른 경험을 비춰보면 마냥 낙관할 수 없다. 강원도 투자가 부담스런 이유다.

게다가 평창은 동계올림픽 유치에 두 번의 고배를 마신 곳이다. 10여 년간 외부 투기세력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부동산써브의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평창 토지매입자의 73%가 외지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4년 동계올림픽이 러시아 소치로 결정된 2007년 과테말라 IOC 총회 전인 2005~2007년에는 해마다 2만건 이상의 필지가 거래됐다. 2007년 외지인의 평창 토지 구입비율은 84%에 이르렀다.

따라서 뒤늦은 강원도 일대 토지투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연구원은 “이미 두 번이나 투자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평창에서 다시 토지투자로 이득을 얻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만약 부동산업자가 급하게 토지 매입을 종용한다면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정 연구원은 “또 다시 기획부동산이 난립할 우려가 있는 만큼 해당 토지를 직접 확인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맹지인지, 개발제한이 있는지, 임야 경사도는 어떤지, 쪼갠 땅은 아닌지 주변 중개업소와 관공서에서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 역시 “동계올림픽 유치가 지역 부동산에 호재임에는 틀림없지만 가격이 이미 올랐고 외부 투자자가 많은 만큼 특구지정이나 교통로 개선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 투자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개인이 직접 개발하겠다는 욕구가 있다면 모를까 투자용으로는 위험도가 높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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