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의결권행사, 지속가능 이익위해 필수"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11.07.08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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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롭 레이크 UNPRI 이사

"연기금 의결권행사, 지속가능 이익위해 필수"


"연기금은 수백만명 이상의 가입자들이 낸 돈을 불려서 되돌려줘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가입자의 재무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기업이 더 큰 재무적 이익을 지속적으로 건강하게 창출토록 하기 위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롭 레이크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 이사(사진)는 7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이 재무적 이익만 추구하지 않고 환경(Environment), 사회(Society), 지배구조(Governance) 측면에서의 경영전략을 건실히 이행토록 할 때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자나 연기금 가입자의 재무적 이익을 지킬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3일 방한한 레이크 이사는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KIC) 등 연기금과 대형 운용사를 만나 한국에서 사회책임투자 정착을 위한 과제 등을 논의했다. 레이크 이사 본인도 세계 3위 연금펀드인 네덜란드공무원연금(ABP)와 자산운용사인 헨더슨 등에서 투자자문가 경력을 가진 전문가다.

그는 최근 한국에서 '국민연금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 방침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고 기업들이 "관치(官治)의 부활이다" 등 이유로 반발한 데 대해서도 이미 알고 있었다.



레이크 이사는 "외국에서는 연기금이 '수탁자 책무'를 이행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며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가 꼭 적대적 방식으로 행사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연기금이 주주로서 장기적 이익을 얻기 위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보다 잘 이행하도록 요구할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업이 장기적으로 발전하고 더 큰 이익을 내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 기업을 파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또 "선진 자본시장에서도 주주(연기금)가 기업의 경영에 '참견'하는 데 대해서는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기업 경영자들은 주주들의 지적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때가 많다"며 "연기금이 지적한 사항을 개선할 때 자사의 재무적 이익이 더 커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연기금은 의결권 행사를 통해 가입자들의 재무적 이익을 지키는 측면과 동시에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조언하는 주주로서의 책임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레이크 이사는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 서구 선진국 뿐 아니라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에서도 연기금이 주축이 돼 책임투자를 확산시키는 조짐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ESG 원칙을 투자에 접목시키는 것이 장기적 이익을 가능케 하는 수단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금융시장 발전과 함께 책임투자의 비중도 커지고 있다"며 "한국 역시 이같은 글로벌 추세에서 비껴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UNPRI는 2006년 4월 당시 UN 사무총장이던 코피 아난 총장과 주요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선포한 6개항의 투자원칙을 일컫는 용어이자 이 원칙을 확산시키기 위한 조직의 명칭이다.

PRI 6개 원칙은 재무적 요인 뿐 아니라 ESG 이슈를 투자결정에 반영하고 투자대상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활동을 유도하며 매년 그 활동을 보고서를 통해 공유하자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출범 당시만 해도 PRI 원칙에 따르겠다고 서명한 기관은 연기금, 은행·보험사 등 65곳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900여곳에 이른다. 한국의 국민연금공단, 사학연금공단과 미래에셋운용, NH-CA자산운용를 비롯해 16곳이 서명기관으로 등록돼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등도 추가로 PRI에 가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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