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평창! 삼성? 쌤썽! 쏘나타? 써나다!

머니투데이 뉴욕=강호병특파원 2011.07.0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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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병의 뉴욕리포트]미국인에게 대략난감 코리안 잉글리시

"평양이 아닌 평창(Pyeongchang, not Pyongyang)이 2018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다" 미국의 MSNBC 인터넷판이 뽑은 제목이다. 강원도 평창의 2018 동계올림픽 유치를 톱뉴스로 다루면서 지명을 혼동하지 말도록 주의를 준 것이다. 영미권 언론들이 이전 동계올림픽 개최지 경쟁과정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강원도 평창과 북한의 평양과 혼동하는 것이 제법 있었던 모양이다.

영미인에게 한국어의 영어표기와 읽기는 영 껄끄러운 게 사실이다. 미국인에게 'Pyeongchang'이란 단어를 주면 난처해하다가 '평챙'으로 읽는다.



특파원 성명을 한국어 영문표기 'HoByung Kang'을 그대로 전해주면 '호븅·오븅·하우병, 캥'으로 야릇하게 발음하기 일쑤다. 이같은 사태를 예상해 영문명을 'Tiger Kang'으로 작명해가지고 왔는데 미국인의 반응이 크게 달랐다. 한국 본명을 영어로 말하면 갸우뚱하다가 'Call me Tiger'라고 하면 '오우, 타이거'라며 반가운 표정으로 바로 바뀐다.

물론 골프 스타 '타이거 우즈'를 연상하는 것일게다. 속을 알고 "I am a different Tiger"라고 하면 "오우 예, 아이 노(I know)"라고 한다. 확실히 한국명을 그대로 얘기하기보단 영어로 하는 게 대화를 열기 수월하다. 미국서 사는 한국인들이 '피터·마이크·톰·잭' 등 평범한 미국인 이름을 많이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기업명이나 제품명이 요상하게 발음되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이다. 미국에 삼성은 없고 '쌤썽'이 있다. 자음뒤에 a가 '애'로 발음되고 연음하다보니 뒷말에도 경음이 다소 들어간다.

삼성도 굳이 발음을 원음대로 불리워지게 교정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쌤썽'으로 불리워도 브랜드 가치에 손상을 특별히 주지않는다고 판단해서다. 이름 새뮤얼이나 미국을 의인화한 캐릭터로 '엉클 샘(Uncle Sam)이 친숙하게 쓰이다 보니 영문명을 바꾸지 않는 한 아예 교정불능인 듯도 하다. 나도 어느새 '쌤썽'이 입에 붙었다.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인기가도를 달리는 현대차 주력차종은 '쏘나타'가 아닌 '써나다'다. 현대라는 말은 '현대'라는 원음으로 불리는 데 차종명은 완전히 다르게 불리워서 묘한 느낌을 준다. 상업광고에도 영락없이 '현대 써~나다'로 등장한다.


'쏘나타'라고 했다간 '그것이 뭐임미?'하는 반응이 돌아온다. 이처럼 코리안 잉글리시로 해서 미국인이 못알아 듣는게 한두개가 아니다. 세계최대 할인점 '월마트'도 그중 하나다. '월마트'가 공식 영어표기(?)로 통하지만 실제 발음은 '워얼 마앗'이다.

지명도 예외는 아니다. 한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자 맨해튼서 조지워싱턴 다리를 건너면 바로 만나는 '포트 리(Fort Lee)'도 '포올~리'로 잘 굴러줘야 알아듣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영어 고유명사를 한글로 써야하는 일이 다반사인 특파원도 기사작성이 고역이다. 영문명은 현지에서 발음되는 대로 쓰도록 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그것이 간단치 않다. 익숙함이라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 탓이다.

원음대로라면 맨해튼 금융가 '월스트리트'는 '월 스트릿'으로, 록펠러센터는 '라크펠러 센터'로, 헬스케어 회사 존슨&존슨은 '좐슨 & 좐슨'으로 써야할 판이다. 지난해 큰 지진을 겪은 '아이티'도 미국에선 '헤이티·헤이리'로 발음한다.

하나의 언어가 바다를 건너면 같을 수 없는 것. 이름이 현지서 한국명과 다르게 불리워진들 어떠랴. 그렇다고 한국과 한국기업의 브랜드와 정체성이 훼손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현지 토착화를 성공적으로 이뤄가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될 수 있다. 삼성과 현대 소나타는 '쌤썽'과 '써~나다'로 미국시장을 맹렬하게 파고들고 있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로 또하나의 생소한 한국 이름을 세계에 알리게 됐다. 지구촌의 겨울 축제를 2전3기끝에 유치한 것을 세계가 경탄하고 있다. 국민과 기업, 정부가 합동으로 얻어낸 귀중한 성과가 한국 국격과 한국기업의 브랜드가치가 보다 높아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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