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구조조정, '찻잔속 태풍' 그치나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1.07.04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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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위험평가 마무리, 대상업체 소수 칼날도 무뎌져

건설업계 4차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이던 은행들의 신용위험평가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전망이다.

진흥기업 (836원 ▲4 +0.48%)·LIG건설 등이 잇따라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연초 예상된 그룹 계열 건설사들의 무더기 신용등급 하향조정 사태는 기우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 구조조정, '찻잔속 태풍' 그치나


4일 금융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신용공여 500억원 이상 건설사를 포함한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달 말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마무리했다.



은행들은 매년 6월 신용위험평가 해당 업체의 자산규모와 재무안정성, 현금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A부터 D까지 등급을 매긴다. 여기서 C와 D등급을 받은 기업들은 각각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절차를 밟는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로선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는 10곳 안팎으로 관측된다. 더구나 신용위험평가를 하기 전에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회사들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미 알려진 부실 회사들이 업데이트 차원에서 포함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법정관리 등을 신청한 회사들이 포함됐다"며 "지난 3차례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업체를 상당부분 걸러냈기 때문에 새로 포함된 회사는 일반인이 모를 정도로 소형업체여서 사실상 구조조정의 여파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두산건설 (1,240원 0.0%)이나 STX건설 등 그룹 계열 건설사들의 유상증자나 대주주의 지원 등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했다"며 "그룹 계열사에 대한 일률적인 등급하향은 없다"고 밝혔다.

당초 건설사들은 은행의 신용위험평가의 주 타깃이 됐다. 건설사들은 부동산경기 침체로 아파트를 짓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빌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갚지 못하면서 도미노 부실 우려가 확대됐다.


올들어 진흥기업, LIG건설, 삼부토건 (601원 ▲2 +0.33%), 동양건설 (0원 %)산업 등 중견업체들이 잇따라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커졌다.

특히 진흥기업(효성그룹)·LIG건설(LIG그룹)처럼 대기업의 무책임한 '꼬리 자르기'가 이어진 것도 은행들이 더욱 엄격한 잣대를 갖고 평가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신용위험평가 기초작업을 벌인 지난 3~4월에 수십여개 건설사가 C나 D등급을 받을 것이란 소문이 돌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폭과 강도가 상당히 줄어든 셈이다.

정부와 감독당국도 C나 D등급을 받은 회사들을 발표하지 않기로 하면서 조용한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다. 김 건 기업재무개선지원단 과장은 "시장의 혼란을 증폭시키지 않기 위해 해당 은행과 건설사끼리 비공개를 전제로 자율적 진행에 맡겨 과거처럼 '블랙리스트'가 난무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룹 계열사란 이유로 후한 점수를 주는 관행을 개선하려던 구조조정의 칼날이 무뎌진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LIG건설 사태까지만 해도 그룹 계열 건설사들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상됐지만 결과적으로 빈 수레만 요란했던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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