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3억 한강 세빛둥둥섬, 누굴 위한 섬인가?

머니투데이 이광용 기자 2011.07.0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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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세빛둥둥섬 미스터리/ 터져나오는 특혜 의혹들

오세훈 서울시장의 최대 업적으로 뜨고 있는 ‘한강 복원 프로젝트’가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청계천 복원에 이은 서울시의 역점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하나인 한강 인공섬 조성 사업은 특혜 제공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다. 민간 사업시행사에 부당이득을 주는 불공정 협약을 맺어 감사원으로부터 시정·징계 요구 처분을 받을 정도로 숱한 의혹에 휩싸인 사업이다.



더욱이 전액 민간자본 유치로 진행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이 사업에 서울시가 수백억원의 산하 공공자금을 쏟아 붓도록 지시한 것으로 <머니위크> 취재 과정에서 드러났다. 절차상 행정적 지원만 한다고 해명했지만 SH공사를 앞세워 차입금 보증을 섰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돼 파장이 예상된다.

◆민자사업에 상환의무 떠안고 차입금 보증

장마철을 맞아 최근 도교를 철거한 한강의 ‘세빛둥둥섬’.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서울시가 민자 1053억원을 유치해 반포대교 남단에 조성하는 시설물이다.



서울시는 이를 전액 민자로 추진한다고 홍보했지만 사업추진 과정을 들여다보면 사실은 전혀 다르다. 재무적 타당성이 부족한 사업인데도 오세훈 시장의 전시행정에 민간자본을 무리하게 끌어들인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민간자본을 유인하기 위해 특혜성 지원을 베푼 흔적이 역력하고, SH공사를 구원투수로 내세워 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SH공사는 서울시의 요청으로 수백억원의 자금을 한강 인공섬에 쏟아 부었다. 2009년 6월 사업시행사인 ㈜플로섬 출자자로 참여해 자본금 165억원의 29.9%인 49억여원을 투자했고, 지난 6월 유상증자에도 지분율에 맞춰 79억여원을 출자해 차입금 상환액까지 모두 367억여원을 떠안았다.

2009년엔 사업시행사인 플로섬과 자금차입계약의 체결과 대출의 실행·관리·상환 등과 관련해 적극 협조하겠다는 사업협약서를 체결, 특혜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PF대출에 보증을 섰다는 내부 제보자들의 주장을 근거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자금 차입·상환 등과 관련한 사항은 사업 협약 당사자로서 절차상의 행정적 지원을 하는 것을 의미하며, 재정적 지원은 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서울시는 플로섬이 세빛둥둥섬 사업비 마련을 위해 금융권에서 차입한 799억원에 대한 상환 의무까지 SH공사가 지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입수한 플로섬의 출자자협약서에 따르면 SH공사가 이 사업의 대출채권단에 담보를 제공하고 출자지분 만큼의 차입금 상환 의무를 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액 민자로 진행한다던 사업의 출자금과 대출금까지 산하 공기업이 책임지도록 강제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출자자들은 협약서 제11조 ‘대출 원리금에 대한 보증 등’에서 SH공사에 차입금에 대한 자금제공의무를 지도록 하고, 나머지 출자자는 SH공사가 자금제공의무를 이행한 경우 잔존 대출 원리금에 대해서만 자금을 보충하도록 계약을 맺었다. 출자자들은 또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와 체결한 ‘플로팅 아일랜드 조성 및 운영사업 변경협약서’에 따라 플로섬이 대출을 받는 경우 담보를 설정하도록 협약했다.

SH공사는 일련의 플로섬 출자 배경에 대해 “업무를 감독하는 상급기관인 서울시가 세빛둥둥섬 조성사업의 공공성 확보 차원에서 출자를 지시해 실행했고 최근 유상증자에도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그러나 “서울시는 플로섬과 맺은 사업협약을 준수할 뿐 사업비 대출 담보나 상환 의무 등 출자자 사이의 협약내용은 아는 바 없다”고 거리를 뒀다.




전액 민자로 추진한다던 한강 세빛둥둥섬 조성사업에 서울시가 출·증자에 참여하고 차입금 상환과 보증 등 모두 367억여원의 부담을 SH공사에 지도록 한 출자자협약서. 류승희 기자.

◆사업성 없는데도 인공섬 왜 띄웠나

세빛둥둥섬은 애초부터 사업 타당성이 미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조사를 맡았던 서울시립대 연구팀은 민간자본이 참여할 만큼의 재무적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냈다. 오락·문화·공연분야 자기자본순이익률이 14.89%인데 세빛둥둥섬은 9.2%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이에 따라 하천점용료 면제, 초기투자비 지원, 운영비 지원, 명칭사용권 부여, 주차장 운영권 부여 등의 지원정책을 동원하지 않는다면 민간자본 참여를 독려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사업을 밀어붙였다. 총대는 SH공사가 매도록 했다.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은 사업에 민간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공공자금을 투자하는 편법을 동원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민자유치가 난항을 겪자 SH공사의 투자액수도 늘리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세빛둥둥섬 사업 주체는 민간사업자 컨소시엄 구성 초기인 2008년엔 C&우방그룹이었다. C&우방의 3개 계열사는 67%의 지분을 투자한 최대주주였지만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에 들어가며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세빛둥둥섬은 위기를 맞았다.

서울시는 C&우방을 대체할 투자기업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SH공사의 투자지분도 19.9%에서 29.9%로 늘려 효성그룹을 최대주주로 끌어들였다. 효성은 C&우방 지분 가운데 47%를, 진흥기업과 SH공사가 각각 10%씩을 인수해 컨소시엄이 재구성됐다. 플로섬은 최근 264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효성의 지분율은 57.%로 늘었고 SH공사도 지분율 만큼 증자에 참여했다.



서울시가 이처럼 인공섬을 무리하게 띄운 배경은 뭘까. 오세훈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전시행정 산물이라는 지적이 강하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사업성을 갖추기 어려운 공간에 세계적인 시설물을 만들어 한강 르네상스를 포장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망설이는 효성을 서울시가 각종 특혜를 제공하면서까지 설득한 의혹 투성이 사업”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세빛둥둥섬이 향후에도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사업이라는데 있다. 수입과 지출의 현재가치를 따지는 순현재가치도 34억여원에 불과해 17년차에나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사업방식도 딜레마를 안고 있다. 세빛둥둥섬에 적용하고 있는 BOT(Built Operate Transfer) 방식은 운영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업시행사에 아무런 보전을 요구할 수 없는 구조여서 지속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태 서울시의원은 “서울시가 행정처분을 포기할 정도까지 특혜협약을 맺은 의혹이 짙은 만큼 한강 르네상스 비리규명을 위한 시의회 차원의 심도깊은 조사활동을 진행할 것”이라며 충돌을 예고했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 “민간사업자가 자기자본순이익률을 15.09%로 산정해 사업을 추진했고 효성그룹에 특혜를 제공한 사실이 없으며 운영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제재가 가능하도록 협약을 맺어 사업 지속성에 의문이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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