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현칼럼]ELW 검찰 기소를 보며

머니투데이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2011.06.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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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서울중앙지검이 ELW거래와 관련해 증권사로부터 주문체결전용시스템 등 특혜를 받고 부당이익을 얻은 스캘퍼 조직을 적발해 기소했다. 더불어 이들에게 특혜를 제공한 12개 증권사 대표 및 임원을 같은 혐의로 기소하고 스캘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거나 스캘퍼와 공모해 특정종목의 시세조종을 한 증권사 직원 등도 함께 기소했다.

검찰수사가 진행되던 지난 5월 금감원에서도 시장정화 작업에 나섰다. 규제방안 중 핵심내용은 오는 8월부터 ELW 신규 투자시 1500만원의 기본예탁금을 부과하여 진입장벽을 강화하는 것이다.



대표이사가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증권업계에서는 외국에서도 전용선이 허용되어 있고 일종의 영업행위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더불어 금감원의 예탁금 부과에 대해 일반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떠나고 오히려 스캘퍼만 더 활개를 치며 이에 따라 초단타 매매만 더 활성화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번 문제에 대해 ELW시장과 초단타매매 두 가지면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ELW는 주가지수나 주식을 미래시점에 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의 일종이라는 점에서 옵션과 동일한 경제적 성격을 갖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권리 자체가 아닌 권리가 체화된 상품이라는 점에서 유가증권으로 분류되어 있고 시장구조 측면에서는 거래활성화를 위해 유동성공급자인 LP제도를 도입했다.



ELW와 같은 파생상품은 투자자의 투자기회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의의를 가지나 ELW의 50%정도가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어 지수옵션시장과 중복된다는 면에서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반면에 레버리지가 내포되어 있고 제로섬게임이기 때문에 투기대상으로 변질되기 쉽고 정보 및 지식의 비대칭성에 매우 취약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더불어 LP가 독점적 매도자로 역할을 하다 보니 동일옵션에 비해 20%이상 고평가되어 있어 투자자의 입장에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고 이에 따라 단타매매를 오히려 부추기게 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ELW가 유가증권으로 분류되다 보니 일반인이 주식계좌를 통해 이를 너무 쉽게 거래해 왔다. 실제로 ELW거래 주체의 96%가 개인투자자다. 파생투자 전문가인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비중이 낮다는 건 위험대비 기대수익률이 그만큼 낮다는 걸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2005년 12월 개장이래 단 한해도 개인투자자가 이득을 본적이 없고 작년까지 누적손실이 1조원을 넘어섰다.

결론적으로 말해 현재의 ELW시장은 득은 거의 없고 실만 많은 시장이다. 증권사 말대로 진입장벽을 높혀 시장에 스캘퍼만 남는다면 스캘퍼끼리의 경쟁, 그리고 스캘퍼와 LP간의 손익다툼으로 인해 시장이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개미는 없고 개미핥기만 경쟁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증권사의 논리는 오히려 개미가 없으면 수익을 낼 수 없다는 걸 반증하는 게 아닌가?


두 번째로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은 초단타거래(high frequency trade)다. 초단타거래는 한마디로 '틱띠기'(한틱의 수익을 얻는 거래행위)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우 일반투자자의 주문을 인식한 후 이에 앞서 포지션을 구축하여 주문이 당도하면 한틱이나 두틱 정도의 수익으로 포지션 청산을 하는데 결국 주문의 속도가 손익의 결정적 요소가 된다. 대개 컴퓨터를 통해 몇초 이내에 거래가 완결되는데 이번에 문제가 된 ELW의 경우 LP가 호가를 결정하다 보니 이를 이용하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문제가 있다. 초단타거래는 일종의 '절도거래'(theft trade)로 최근 일각에서 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더군다나 작년 5월의 플래쉬 크래쉬에서 보듯 시스템위험을 일으킬 수 있고 이를 이용할 경우 심지어 증권시장 자체가 해킹당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낳을 수 있을 가능성에 대해 펜타곤이 분석을 하고 있다는 설도 있다.

이번 검찰의 조치는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뿐 아니라 초단타매매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제기했다는 차원에서도 그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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