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삼성, 대한통운 입찰價 1.5조 이상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김지산 기자, 박종진 기자 2011.06.2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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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통운 (103,700원 ▲500 +0.48%) 인수전 본입찰에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과 CJ (137,900원 ▲1,200 +0.88%)만이 참여한 가운데 각 진영이 적어낸 입찰가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대한통운을 안전하게 인수하기 위해 주당 18만원 안팎, 총 인수금액 1조5000억원 이상을 써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편 CJ그룹은 주당 17만∼18만원, 1조5000억원 안팎을 적어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7일 오후 5시 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 등 매각주간사들이 본입찰 최종제안서를 마감한 결과,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3곳 가운데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과 CJ (137,900원 ▲1,200 +0.88%)그룹 2곳만이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CJ가 오후 4시51분 서울파이낸스 노무라증권 서울지점에 최종제안서를 냈고, 곧이어 4시52분 포스코가 접수를 마쳤다. 앞서 롯데그룹 측에서는 오후 4시44분 담당자 2명이 노무라증권을 직접 방문했으나 마감시한인 오후 5시 직전에 입찰 참여를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이 같은 의사를 전달했다.



포스코와 CJ그룹은 각각 박스 1~2개 분량의 서류뭉치를 매각주간사 측에 제출했고, 롯데그룹 측은 가방 2개 분량의 서류만을 들고 주간사를 찾아왔다.

포스코는 당초 주당 17만5000원 이상의 입찰가격을 제시하는 방안을 고려해왔으며 CJ그룹과 롯데그룹의 전략에 따라 주당 18만원 이상까지 써내는 것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입찰 직전 CJ그룹과 롯데그룹의 대한통운 인수 의지가 크게 강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18만원 안팎에서 입찰가격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당 18만원은 이날 종가 13만500원 대비 38%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부여한 것이다. 주당 18만원을 기준으로 할 때 대한통운 총 인수금액은 1조5439억원에 달한다. 이 경우 포스코와 삼성SDS는 각각 1조3386억원(32.60%), 2053억원(4.99%)씩을 부담하게 된다.


한편 CJ는 삼성그룹의 갑작스런 인수전 참여로 한때 입찰 참여 여부 자체까지 원점에서 재검토했지만, 결국 입찰을 포기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특히 CJ로서는 자문계약을 맺었다가 철회한 삼성증권을 상대로 삼성그룹으로의 정보유출 등에 대한 법적 대응을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입찰 참여는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법리상 본입찰에 들어가야 구체적 손해배상 등의 책임을 삼성증권 측에 물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CJ는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의 출현으로 대한통운 주가가 급등한 뒤 인수자금 조달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을 보여왔다.

현재 CJ가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단독으로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1조5500억원 수준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월말 기준으로 CJ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330억원)과 단기금융상품(3710억원)은 총 4040억원이었다. 여기에 삼성생명 지분 매각가치(6200억원)를 더하면 약 1조원이다. 또 차입여력은 IB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공식에 따라 지난해 연간 영업현금흐름(EBITDA) 1740억원에 4배를 곱한 7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서 향후 영업 및 투자 활동 등을 영위하고 각종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최소한 보유해야 할 현금을 약 1500억원이라고 가정하고, 이를 제외하면 1조5500억원이 나온다. 이를 고려할 때 CJ가 주당 18만원 이상의 가격을 써내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롯데는 당초 물류사업과 아울러 금호터미널 인수를 통한 유통사업 확대를 노렸다는 점에서 금호터미널 분리매각 방침이 확정된 뒤 굳이 입찰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롯데그룹에서 인수·합병(M&A)를 총괄하는 황각규 롯데그룹 국제실장(사장)은 "직원들이 준비한 서류를 들고 매각 주간사를 찾아가긴 했지만, 제안서 제출 직전 참여하지 않기로 최종 입장을 정했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인수전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변수가 발생해 인수할 필요가 없다는 최종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변수는 금호터미널 분리매각을 말하는 것으로, 롯데는 이에 대해 인수전이 공정하지 않게 전개되고 있다고 반발해왔다.

황 사장은 "아쉽지만 더 좋은 매물이 나오면 그때 인수를 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통운 매각주간사들은 이르면 하루 뒤인 28일 곧바로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한 후 최종 가격협상 등을 거쳐 늦어도 9월 초까지는 인수대금 입금을 포함한 모든 매각 절차를 끝낸다는 계획이다.

주간사들은 현재 아시아나항공과 대우건설이 각각 보유한 대한통운 지분 18.98%, 18.62% 등 총 37.6% 매각을 추진 중이다. 매각규모는 약 1조5000억∼1조6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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