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붕괴로 위기에 빠진 '한국형 마천루'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11.06.2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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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로 PF시장 사실상 붕괴…모두 80층 이하로 사업 축소


- 금융위기로 PF시장 사실상 붕괴
- '대기업 추진' 뚝섬·잠실만 순항


ⓒ최헌정ⓒ최헌정


하늘을 찌를 듯한 '한국형 마천루(초고층빌딩)'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위기를 맞고 있다.

각각 150층과 130층 이상을 계획했던 인천타워와 서울 상암 디지털미디어(DMC) 랜드마크빌딩(서울라이트)이 사실상 100층 이상의 건립을 포기했다. 금융위기에 따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위축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일반 고층건물로 계획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서울 뚝섬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잠실 롯데수퍼타워 등과 같이 대기업이 자체자금을 투입하는 초고층빌딩 프로젝트는 PF시장 여건과 상관없이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 6·8공구 민간개발사업자인 포트먼컨소시엄은 당초 지상 151층으로 계획했던 인천타워 층수를 70층대로 축소하는 방안을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협의 중이다.



포트먼컨소시엄은 인천타워 층수를 인천 송도 동북아트레이드타워(68층) 수준인 70층대로 낮추는 대신, 용적률만큼 남는 부지에 50층대 주거나 오피스텔 빌딩 2개동을 짓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사실상 마천루를 포기한 것이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면적 227만㎡(69만평)인 송도 6·8공구에 150층짜리 건물 1개동만 짓는 계획을 절반 이하로 낮추는 방안으로 수정하고 남는 부지는 인천경제구역청에 넘기는 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133층으로 계획됐던 상암DMC 랜드마크빌딩 '서울라이트'도 당초 계획을 포기하고 3개동으로 건설하는 방안을 서울시와 협의하고 있다. 서울라이트도 70층짜리 1개동과 주거, 오피스, 오피스텔 등이 들어설 수 있는 50층짜리 2개동을 건설하는 방안을 서울시에 제시했다.


서울라이트 관계자는 "초기 사업제안 때도 사업성을 감안해 지상 60층짜리 2개동을 짓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며 "서울시와의 구두협의 진행 상황에 따라 세부적인 사업계획 재검토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두 사업이 초고층을 포기한 것은 무엇보다 일반 고층건물에 비해 2배 가까운 공사비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고층과 초고층건물의 공사비 격차가 생기는 임계점을 80층 선으로 보고 있다. 80층을 넘어서면 공사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최대 2배까지 치솟는다는 것이다.



시행 주체들도 100층 초고층을 포기해 공사비를 절감하면 조달해야 하는 PF 규모도 줄어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초기 PF 조달 규모가 줄면 나머지 자금은 주거시설 분양과 오피스·호텔 선매각 등을 통해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추진 중인 상당수의 초고층빌딩도 PF시장 위축 이후 자금조달이 끊기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로 용산역세권 랜드마크빌딩(150층), 경기 고양 브로멕스킨텍스타워(100층), 부산 중동 해운대관광리조트(117층), 부산 해운대 WBC솔로몬타워(108층)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처럼 PF를 통해 추진하는 초고층빌딩들이 난항을 겪고 있는 사이 서울 뚝섬 GBC와 잠실 롯데수퍼타워처럼 대기업이 자체자금으로 건설하는 초고층빌딩은 순항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추진하는 뚝섬 GBC는 이달 말 1만㎡ 이상 부지를 상업지역으로 변경해 개발할 경우 기부채납을 부지뿐 아니라 건물도 가능하도록 하는 서울시 조례 개정이 완료되면 연말 착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뚝섬 GBC에 2조원을 직접 투자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의 '잠실 롯데수퍼타워'는 최근 지상 123층, 72만톤의 초고층건물을 지지하는 기반공사를 시작했다. 롯데건설은 올해까지 지하 공사를 마치고 내년부터 지상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잠실 롯데수퍼타워는 2015년 말 완공 예정이다.

한 전문가는 "PF를 통해 초고층빌딩을 건설할 경우 자금조달 어려움과 사업성 악화로 '초고층빌딩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이 높지만 대기업의 직접투자 사업은 자금조달 용이함과 다양한 테넌트 확보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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