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하우스에 전화 걸었더니…'스팸 폭탄'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11.06.28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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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익형 부동산 중심 '기승'
- 분양대행사 전화번호 거래
- 처벌 어려워 피해확산 우려


ⓒ임종철ⓒ임종철


'역세권 오피스텔 특별분양.' '수익률 9% 실투자금 3000만원.'



회사원 김희윤씨는 한달째 이 같은 분양광고 스팸문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한 오피스텔 모델하우스에 문의전화를 걸었던 게 화근이었다. 김씨는 "번호를 차단해도 다른 분양사무실에서 오기 때문에 문자가 20여통 가까이 쏟아진다"며 "주말에도 상담사로부터 전화가 오는 통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고객정보를 빼돌려 공유하는 악성 분양마케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급이 쏟아지는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등 수익형 부동산을 중심으로 분양대행업자를 동원한 '떼분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실제 취업정보를 전문으로 하는 S사이트의 경우 현재 등록된 분양상담, 마케팅사원 모집공고는 약 330건이다.

하지만 부동산개발, 임대컨설팅 등의 형태로 영업직원을 모집하는 업체를 포함하면 500건을 훌쩍 넘는다. 이들은 보통 20~30명이 팀을 꾸려 활동하며 계약이 성사되면 건당 1000만원에서 3000만원의 인센티브를 받는다.

한 분양대행사 대표는 "처음엔 기본급 100만원에 수수료를 지급한다고 하지만 나중에는 성과에 따라 월급을 차등 지급해 고객유치전이 치열하다"며 "오전 9시에 출근해 하루에 300~500통가량 문자를 보내고 고객리스트를 주고 전화를 돌리는 일이 주요 업무"라고 설명했다.


고객정보는 주로 모델하우스를 통해 얻는다. 실제 모델하우스에서는 고객이 유선으로 전화를 걸더라도 상담원이 다시 고객의 휴대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도록 하는 2차 연결방식이 통용된다.

한 모델하우스 분양상담사는 "고객응대 질문지 100개 정도를 외우고 그 안에서 고객을 응대하도록 철저히 교육받는다"며 "콜센터 상담원은 문의사항에 대해 직접 대답하지 않고 휴대전화번호를 받은 후 담당자가 곧 전화하겠다고 하는 식으로 전화번호를 수집한다"고 귀띔했다.



이렇게 축적된 고객의 전화번호는 분양대행사들을 통해 거래된다. 아파트나 오피스텔에 청약했거나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고객정보도 분양업체의 손에 넘겨져 판매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신도시 아파트 데이터베이스(DB) 사실 분. 10만개 이상 양질입니다. 가격 30만원' 등의 글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문제는 금융·산업·정보통신업계와 달리 부동산업계는 개인정보의 수집과 유출에 따른 법적 제재와 처벌이 어렵다는 데 있다. 오는 9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을 앞뒀지만 소비자들의 정신적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분양업체의 고객정보는 규모나 정확성 면에서 질이 낮아 법이 시행되더라도 처벌요건을 갖추기 어렵고 산발적인 대행업체가 많아 일일이 제재하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고객이 문의전화를 한 경우 상품에 관심을 보였다고 간주될 수 있어 미리 주의하고 업계에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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