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노트]"나는 대통령이다"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11.06.2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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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구 수유1동에 위치한 한빛예술단. 이곳은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전문 연주단이다. 활발한 공연 활동으로 여느 예술단 못지않은 바쁜 스케줄을 소화한다.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된 어엿한 기업이기도 하다.

한빛예술단은 음악을 통해 장애인의 새로운 진로를 개척하려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대다수 시각장애인들이 직업으로 택할 수 있는 일은 아직도 안마사 정도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9일 이곳을 방문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 대통령은 이곳에서 사회적 기업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한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주재 한 후 예술단을 직접 둘러봤다.

먼저 찾은 곳은 타악 앙상블 연주단. 이 대통령은 연주를 듣고는 일반인들도 연주가 쉽지 않다는 마린바라는 악기를 연주한 전경호씨에게 "천재성과 노력을 모두 겸비한 것 같다"고 감탄했다.



이 대통령은 장소를 이동해 소년소녀들로 구성된 빛소리 중창단을 보고는 "지난번 공연 때 봤다"면서 단원들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가장 나이 어린 한 소녀 단원에게는 "너 굉장히 이쁘다는 거 알고 있어? 세계 최고 미인이야~"라고 격려했다.

중창단은 이 대통령에게 '거위의 꿈'을 들려줬다.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감동적인 멜로디에 일부 참모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신체장애를 이겨내고 자신의 꿈을 키워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해서였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눈물을 보이지는 않았다. 대신 선율 하나라도 놓칠세라 손을 귀에 갖다 대고 집중해서 들었다.

이어진 간담회에서도 덕담이 오갔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직장을 갖고 결혼까지 했다는 한 단원의 얘기를 듣고는 "장하다"며 토닥였다.


마지막에 약간의 반전이 있었다. 예술단 관계자가 이 대통령에게 전용 공연장이 필요하다는 바람을 피력하면서다. 일종의 민원성 부탁을 한 셈이다. 대통령의 답변이 궁금했다. 조금 전 단원들과의 감동적인 장면 등을 생각하면 딱 잘라 거절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저 보다는..담당하는 교육문화수석이 어디 계실텐데.."라며 주위를 둘러본 뒤 별다른 언급 없이 넘어갔다. 검토 없이 즉석에서 답할 수 없는 대통령의 고민이 느껴졌다. 예술단 관계자는 더 이상 얘기를 꺼내지는 못했다.

모든 국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야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부탁을 다 들어줄 수 없는 것이 바로 대통령의 숙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장면이었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이란 자리의 어려움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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