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도 '블랙라벨' 시대인데...씁쓸한 '원조' LG전자

머니투데이 송정렬 기자 2011.06.0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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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렬의 테크@스톡]블랙라벨 전략 전방위 확산, 블랙라벨 대박신화 LG전자의 부침

서민들이 즐겨 먹는 라면시장에서도 '블랙라벨' 바람이 불고 있다. 1300원대 가격의 농심 '신라면 블랙'.서민들이 즐겨 먹는 라면시장에서도 '블랙라벨' 바람이 불고 있다. 1300원대 가격의 농심 '신라면 블랙'.


농심 (375,000원 ▼3,500 -0.92%)의 프리미엄 라면 ‘신라면 블랙’이 화제다. 1300원대에 달하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출시 한달만에 1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서민들이 즐겨 먹는 라면시장에서도 개당 가격 1000원을 웃도는 블랙라벨 시대가 열린 셈이다.

프리미엄 제품을 의미하는 블랙라벨은 사실 소재를 고급화하고, 가격을 높인 고급 의류제품에서 비롯됐다. 가격이 저렴하고 젊은층을 타깃으로 하는 화이트 라벨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고가전략으로 희소성과 고품격 이미지를 부여, 제품 차별화를 강조하는 일종의 노블레스 라벨이다.



라면도 '블랙라벨' 시대인데...씁쓸한 '원조' LG전자
TV에서 휴대폰, 카드, 심지어 이제는 라면까지 블랙라벨 개념이 폭넓게 도입될 정도로 블랙라벨은 최근들어 제품 차별화전략의 대명사가 됐다. 일반적으로 죽음, 부정, 악, 엄숙, 비애 등 부정적 이미지를 상징하는 블랙이 상품시장에서는 최고의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블랙이 지배하는 대표적인 시장중 하나로 휴대폰시장이다. 연간 전세계에서 판매되는 약 12억대의 휴대폰중에서 블랙색상 모델의 비중은 4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스마트폰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실제 그 비중은 더욱 높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블랙라벨 성공사례도 휴대폰 시장에서 나왔다. 블랙라벨 전략으로 대박을 터뜨린 주인공은 바로 LG전자. 지난 2005년말 LG전자는 블랙바탕에 레드색상키패드를 접목한 감각적이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초콜릿폰에 선보였다. 물론 프리미엄을 강조하며 블랙라벨 시리즈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당시만해도 기능과 형태를 중시하던 휴대폰 시장에서 초콜릿폰은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전세계적인 히트모델로 떠오르며 220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샤인폰이 1500만대나 팔리는 등 블랙라벨 시리즈는 잇따라 대박을 터뜨리며 승승장구했다. 무엇보다는 블랙라벨 시리즈의 성공은 싸구려 이미지가 강했던 LG폰을 프리미엄 브랜드로 변화시켰고, 이는 LG전자가 세계 3위 휴대폰업체로 도약하는 디딤돌 역할을 했다.

↑LG전자의 블랙라벨시리즈 첫 모델 '초콜릿폰'.↑LG전자의 블랙라벨시리즈 첫 모델 '초콜릿폰'.
하지만 화려한 날도 잠시. LG전자는 지난해부터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스마트폰시장에 대한 늦은 대응이 실적악화로 이어졌고, 임기중 최고경영자 교체라는 초강수에도 불구하고, 여진은 현재진행형이다. 휴대폰사업을 맡고 있는 MC사업본부는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LG전자 (105,900원 ▲2,900 +2.82%) 주가가 지난 8일 장중 연중최저치인 9만600원을 기록하는 등 9만원대를 위협받고 있다. 지난 2월 15일 기록한 연중최고치 12만6500원에 비해 30% 가까이 떨어진 수치다. 더구나 구본준 부회장이 최근 “2분기 휴대폰사업의 턴어라운드는 불가능하다”고 밝히면서 주가에 대한 우려는 더욱 깊어졌다.

블랙라벨 라면을 접하는 LG전자 투자자들의 심정은 어떨까. 쫄깃한 면발과 구수한 사골국물맛을 음미하기 전에 씁쓸함이 앞설 듯하다. ‘원조’ 블랙라벨 LG폰의 재기가 아직은 멀게만 보이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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