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비리 용납 못해..대대적 감사조직 쇄신"(종합)](https://thumb.mt.co.kr/06/2011/06/2011060812333443366_1.jpg/dims/optimize/)
지난 4월 21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으로 정기 출근을 시작한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4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후 약 2년간 나태해진 조직 내에서 '있어서는 안될 비리'가 발견된데 대해 강하게 질책하고, 조직 재정비를 주문했다.
김순택 미래전략실장은 8일 수요 사장단회의가 끝난 직후 각 계열사 사장들에게 "이건희 회장께서 (최근 삼성테크윈 경영진단과 관련) 각 계열사에 대한 감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아니냐, 또 앞으로 대책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해외에 잘 나가던 회사들도 조직의 나태와 부정으로 주저앉은 사례까지 적지 않다. 삼성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되고 있다"며 "감사를 아무리 잘해도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안된다. 전 그룹구성원들에게 부정을 저지르면 큰일난다는 생각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김 실장은 전했다.
이 회장은 "우수한 감사인력을 확보해야한다. 감사 책임자의 직급을 높이고 인력도 늘이고 자질도 높여야 한다"며 "회사 내부에서 완전히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해야한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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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 2월부터 삼성테크윈에 대한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의 2개월에 걸친 경영진단결과 내부 비리가 적발된데 따른 것이다.
삼성테크윈 (242,000원 ▲9,000 +3.86%)은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 K55A1 자주포, K77사격지휘장갑차, 무인전투로봇차량 등을 생산하고 있는 대표적인 군수납품 업체다. 이외에도 반도체장비, 로봇, 보안솔루션, 항공사업 등 다양한 사업부문을 영위하고 있고, 삼성의 전용기 운영도 맡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K9 자주포 부품 문제로 검찰조사를 받기도 하는 등 사업 분야가 다양한 만큼 잡음이 적지 않았다. 이번 경영진단 결과를 보고받은 이 회장이 내부비리에 대해 격노하고 강하게 질타하면서 CEO가 사의를 표명할 정도였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광범위한 사내 비리가 있었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이 회장은 김 실장의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런 일은 당연히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아직까지도 삼성 내부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져 협력사로부터의 금품수수나 납품비리 등과 관련이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은 이같은 비리가 내부통제 및 감사기능의 약화에 있다고 보고 강력한 감사기능 복원을 주문해 삼성 내 감사조직의 대대적인 쇄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무급인 경영진단팀장을 부사장 이상급으로 격상시키고 팀단위의 조직도 준법경영실(사장 김상균)과 같이 '실'로의 승격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편,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은 사장단 회의 후 브리핑에서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은 실제 부정에는 관여되지 않았지만 지휘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며 "삼성테크윈은 조만간 이사회와 임시 주총을 열어 후임 대표이사를 선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다만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경영진단팀장(감사팀장) 교체나 내달 대대적인 인적쇄신 등은 계획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