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비리 용납 못해..대대적 감사조직 쇄신"(종합)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유현정 기자 2011.06.08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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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테크윈 CEO 교체.."나태와 부정 기업 망친다..삼성도 예외 아니다"

이건희 회장, "비리 용납 못해..대대적 감사조직 쇄신"(종합)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삼성 계열사의 내부 비리에 격노해 그룹 내 총체적인 감사부실을 질타하고, 감사기능 강화와 함께 내부 기강잡기에 나섰다.

지난 4월 21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으로 정기 출근을 시작한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4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후 약 2년간 나태해진 조직 내에서 '있어서는 안될 비리'가 발견된데 대해 강하게 질책하고, 조직 재정비를 주문했다.



이 회장은 최근 삼성테크윈 내부 비리와 관련해 김순택 삼성미래전략실장(부회장)에게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됐다"며 부정을 뿌리 뽑기 위한 감사 기능 강화를 지시했다.

김순택 미래전략실장은 8일 수요 사장단회의가 끝난 직후 각 계열사 사장들에게 "이건희 회장께서 (최근 삼성테크윈 경영진단과 관련) 각 계열사에 대한 감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아니냐, 또 앞으로 대책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이어 "우수한 감사인력 확보 및 회사 내 (감사를 위한) 별도의 조직을 운영해야한다고 이 회장이 사장단에게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해외에 잘 나가던 회사들도 조직의 나태와 부정으로 주저앉은 사례까지 적지 않다. 삼성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되고 있다"며 "감사를 아무리 잘해도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안된다. 전 그룹구성원들에게 부정을 저지르면 큰일난다는 생각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김 실장은 전했다.

이 회장은 "우수한 감사인력을 확보해야한다. 감사 책임자의 직급을 높이고 인력도 늘이고 자질도 높여야 한다"며 "회사 내부에서 완전히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해야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회장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 2월부터 삼성테크윈에 대한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의 2개월에 걸친 경영진단결과 내부 비리가 적발된데 따른 것이다.

삼성테크윈 (242,000원 ▲9,000 +3.86%)은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 K55A1 자주포, K77사격지휘장갑차, 무인전투로봇차량 등을 생산하고 있는 대표적인 군수납품 업체다. 이외에도 반도체장비, 로봇, 보안솔루션, 항공사업 등 다양한 사업부문을 영위하고 있고, 삼성의 전용기 운영도 맡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K9 자주포 부품 문제로 검찰조사를 받기도 하는 등 사업 분야가 다양한 만큼 잡음이 적지 않았다. 이번 경영진단 결과를 보고받은 이 회장이 내부비리에 대해 격노하고 강하게 질타하면서 CEO가 사의를 표명할 정도였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광범위한 사내 비리가 있었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이 회장은 김 실장의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런 일은 당연히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아직까지도 삼성 내부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져 협력사로부터의 금품수수나 납품비리 등과 관련이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은 이같은 비리가 내부통제 및 감사기능의 약화에 있다고 보고 강력한 감사기능 복원을 주문해 삼성 내 감사조직의 대대적인 쇄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무급인 경영진단팀장을 부사장 이상급으로 격상시키고 팀단위의 조직도 준법경영실(사장 김상균)과 같이 '실'로의 승격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편,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은 사장단 회의 후 브리핑에서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은 실제 부정에는 관여되지 않았지만 지휘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며 "삼성테크윈은 조만간 이사회와 임시 주총을 열어 후임 대표이사를 선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다만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경영진단팀장(감사팀장) 교체나 내달 대대적인 인적쇄신 등은 계획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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