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격노한 삼성테크윈 내부비리는?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유현정 기자 2011.06.0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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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 자주포 납품 비리설 등 각종 설 난무..이 회장 강조한 '업의 본질' 훼손 가능성

이건희 회장 격노한 삼성테크윈 내부비리는?


"(사내 비리내용에 대해) 사람 사는 세상에 있을 수 있는 일인지 모르겠으나 일일이 말씀드릴 수는 없다. 다만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됐다는 점에서 이 회장이 격노했다."

이인용 삼성 그룹 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은 8일 수요 사장단 회의 직후 삼성의 감사 기능 강화와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의 사의표명을 전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부사장은 수요사장단협의회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김순택 삼성 미래전략실장이 최근 삼성테크윈의 경영진단 결과를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했고, 이 회장은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됐다고 강하게 질책했다"고 전했다.

삼성 측은 구체적으로 삼성테크윈의 내부비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기자들이 제기한 'K9 자주포' 납품 비리 등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 사장단 중 임기 내에 갑자기 사의를 표하는 경우는 드물어 이번 사내 비리의 정도가 이건희 회장이 그동안 강조해왔던 '업(業)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였을 것으로 추정만 될 뿐이다.

삼성은 지난 2007년 10월 삼성에스원 사장의 전격 경질 당시 직원이 '업의 본질'을 훼손한데다 해명과정에서 '거짓해명'이 드러나면서 이 회장의 격노를 사면서 사장 경질까지 이어진 바 있다. 임기 중 CEO가 그만 둔 흔치 않은 경우였다.

삼성테크윈은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 K55A1 자주포, K77사격지휘장갑차, 무인전투로봇차량 등을 생산하고 있는 대표적인 군수납품 업체다. 이외에도 반도체장비, 로봇, 보안솔루션, 항공사업 등 다양한 사업부문을 영위하고 있고, 삼성의 전용기 운영도 맡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K9 자주포 부품 문제로 검찰조사를 받기도 하는 등 사업 분야가 다양한 만큼 잡음이 적지 않았다. 이번에 CEO가 사의를 표명할 정도로 책임감을 느낄 정도의 문제라는 점에서 광범위한 사내 비리가 있었을 것이라는 재계의 분석이다.

이 회장이 김 실장의 보고를 받고 "이런 일은 당연히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아직까지도 삼성 내부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봐서 협력사로부터의 금품수수나 납품비리 등과 관련이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만 나오고 있다.

삼성테크윈은 지난 2월부터 2개월간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팀장 이영호 전무)으로부터 강도 높은 경영진단을 받았다. 경영진단은 감사를 포함해 기업 경영전반에 대해 점검하는 것으로 강도 높기로 유명하다.

삼성테크윈 관계자는 "여러 해당부서의 직원 한명 한명의 개인비리 등에 대한 감사를 받았다"며 "다만 이번 경영진단과 관련해 적발된 구체적인 비리 내용은 경영진단팀 외에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오창석 사장 외에도 삼성테크윈 자체 감사팀 등에 대한 대대적인 쇄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회장은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됐다. 부정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질책하고 "각 계열사에 대한 감사를 제대로 못해 온 것 아니냐"며 그룹 전체의 감사조직 쇄신도 주문했다.

이 회장은 "해외에 잘 나가던 회사들도 조직의 나태와 부정으로 주저앉은 사례가 적지 않다. 삼성도 예외가 아니다"며 위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감사를 아무리 잘해도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안된다. 전 그룹구성원들에게 부정을 저지르면 큰일난다는 생각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하고 "우수한 감사인력을 확보하고, 감사 책임자의 직급을 높이고 인력도 늘이고 자질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회사 내부에서 완전히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하라고 지시해 삼성은 조만간 별도의 감사조직을 꾸리고 그룹 전반의 경영에 대한 점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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