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총리 외압 발언 '곤욕'...저축은행 사태 불똥튀나

지난 2월 압력 발언 다시 도마위...국정 감사 증인 채택 가능성도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탄탄대로를 걸어온 김황식 국무총리가 외압 발언으로 뒤늦게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올 초 감사원장 재직 시절 외압 가능성을 시시한 이후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의 잇단 비리가 불거지면서 감사원 외압의 실체를 쥐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김 총리를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월 김 총리의 외압 발언이다. 김 총리는 당시 언론사 간부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저축은행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를 감사했더니 오만 군데에서 압력이 들어왔다"며 "사실상 여러 가지 청탁 내지 로비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총리가 감사원장 재직 시절 지난해 저축은행 부실 문제에 대한 감사 과정에서의 외압 가능성을 직접 시사한 것이다. 감사원이 모든 정부부처에 대한 감사권을 행사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전직 감사원장이 직접 외압을 시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당시 금융감독원의 저축은행 부실 감독 문제가 확산되면서 감사원의 저축은행에 대한 감사 결과에도 외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김 총리의 발언 이후 은 전 감사위원의 저축은행 감독과 관련한 뇌물 수수 의혹과 금융감독원에 대한 전방위 로비 등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곧바로 김 총리의 외압 발언이 은 전 감사위원의 각종 비리 의혹을 뒷받침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결국 김 총리는 감사원 비리 의혹의 실체를 쥐고 있는 인물로 지목됐다. 심지어 김 총리가 권력형 비리인 저축은행 사태의 몸통이라는 의혹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전날 여야가 6월 임시국회에서 부산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키로 합의하자 김 총리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현직 총리가 감사원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받는 전무후무한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박영선 의원 등 민주당 법사위 소속 의원 5명은 전날 성명을 발표하고 은 전 감사위원과 함께 김황식 총리,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을 저축은행 사태 3인방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의원들은 성명에서 김 총리의 외압 발언과 관련해 "오만 군데의 청탁이 어디서 들어왔는지 밝혀야 한다"며 김 총리에 대한 검찰 수사 확대와 국정 조사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총리실은 김 총리의 외압 발언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외압 발언이 전직 감사원장으로써 원론적인 수준을 언급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김 총리의 발언은 감사 대상 기관이 인맥을 동원해 직간접적으로 감사와 관련해 문의를 한 것을 얘기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압력이나 청탁이 있었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