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으로]수준 높은 영문 번역의 중요성

머니투데이 장영 코트라 인베스트코리아 홍보 전문위원(재미교포) 2011.05.2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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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으로]수준 높은 영문 번역의 중요성


 나는 영문 에디터로서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한 문장이 원어민에게 적절한 표현인지 감수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번역작업이 잘된 글일수록 저의 일은 한결 수월해집니다. 그러다보니 번역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며, 그들이 한 작업 중에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구체적으로 찾아내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곤 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영문번역 수준은 대체로 높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훌륭한 한·영 번역가들이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가장 큰 원인은 번역이라는 업무를 제대로 인정하고 보상하지 않아 결국 재능 있는 수많은 번역가가 다른 일을 찾아 떠나게 만드는 구조에 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번역가와 함께 일해왔지만 그중에서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실력이 부족한 다른 번역가들과 비슷한 수준의 보수를 받습니다.

설사 유능한 번역가들이 사전에 그들의 명성을 인정받는다거나 추천을 통해 다른 번역가들보다 조금 더 높은 보수를 받는다고 해도, 그들의 보수는 오르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제가 아는 최고의 번역가 중 한 명은 6년 동안 같은 번역료를 받으며 일을 하고 있으며, 또다른 재능 있는 번역가 역시 10년 동안 같은 금액의 보수를 받고 있습니다.



경험과 능력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한·영 번역가들에 대해서 만큼은 이러한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개인의 능력과 무관하게 분량당 일괄적인 번역료를 지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부 기업은 번역의 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가장 번역료가 저렴한 번역가를 고용하거나 심지어 전문 번역가를 고용하지 않고 주위에 영어 할 줄 아는 사람을 찾아 번역작업을 맡기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모든 문제의 핵심입니다. 번역은 그저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는 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절대 그렇게 단순한 작업이 아닙니다. 번역이란 섬세한 단어 선택을 필요로 하는 언어적 기교며 창작의 과정입니다.

전문적인 번역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누구나 번역을 합니다. 이러한 생각 때문에 전문 번역가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적절한 보상과 인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환경에서, 그들은 더이상 이 직업에 머무를 이유를 찾지 못할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이유는 매우 간단합니다. 대부분 한국인이 한글을 영문으로 번역한 문장에 대해 그 번역의 수준을 판단하기 어렵다보니 영어문장의 수준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게 된 것입니다. 또한 사람들은 좋은 번역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종종 선호되는 직역은 사실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좋은 번역이란 한국 문장의 특성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최적의 영어 표현을 찾아 전달하는 것입니다. 글을 읽는 대상이 영어 독자임을 고려할 때 이러한 차이는 매우 중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우리가 한글 문장을 영어로 번역하는 이유는 영어 독자들에게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해 그 내용이 세계화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그 수단이 기내 잡지든, 영화 자막 또는 기업간 업무용 e메일이든, 한국어의 영어 번역물은 아주 먼 곳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물론 번역이 잘못되었을 경우 그 창피함 또한 멀리 도달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훌륭한 번역가들을 외교관으로 대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국의 좋은 모습을 전세계에 전달하는 그들의 역할은 높이 인정받아 마땅합니다.

자신감과 자부심에 좌우되는 글쓰기 기술에 있어 결과물에 대한 인정과 격려는 매우 중요합니다. 훌륭한 번역가의 업적을 정당하게 인정하고 그들이 계속 자부심을 갖고 번역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한국의 영어 번역 분야를 개선하는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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