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디폴트 공포에 전세계 자산시장 '찬바람'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1.05.2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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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재조정이 유일한 대안?…'진퇴양난' 그리스, 우려감 확산 돼

그리스 채무 재조정 우려감이 전 세계 위험자산 시장을 다시 한번 냉각시켰다.

23일 일본 증시와 홍콩 증시가 각각 1.5%, 2% 하락하는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대만과 싱가포르 증시도 각각 1%, 1.5% 떨어졌다. 중국 증시는 성장 둔화 우려감이 겹치며 4개월 내 최대 폭인 2.9% 내림세로 마감했다.



앞서 그리스 국가 신용등급 강등 여파에 20일 뉴욕 증시 다우 지수도 0.74% 하락했다.

유로화도 약세다. 오후 4시 13분 현재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유로 환율은 전일대비 0.9% 하락한 1.4033달러/유로를 나타내고 있다.



같은 시간 국제유가(서부텍사스산원유)는 전일대비 2.3% 하락한 97.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주말 신용평가사 피치가 그리스 국가신용등급을 추가 강등하고 유럽 고위 관계자들이 그리스 채무재조정 가능성을 암시하는 발언을 내놓으며 다시 한 번 유럽 부채 위기 불안감이 고조됐다.

그리스는 국채금리 폭등으로 금융시장에서 자체적 자금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 그리스 국채 금리는 디폴트 우려 확산으로 최근 들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난 주 그리스 10년 물 국채 금리는 17%까지 치솟았다. 같은 만기 독일 국채와 무려 14%포인트 높은 금리다.


이미 그리스 총리는 내년 채권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시인했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22일 그리스 신문 에스노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2012년까지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을 통해 정상적으로 빚을 상환하긴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지난해 5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승인한 1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이 예정대로 그리스에 지급되지 않을 경우 그리스가 디폴트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U, IMF,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가 구제 금융 프로그램을 이행했는지에 대한 실사를 마친 6월 후 5차 지원금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 5차 지원금은 규모는 120억 유로다.

또 파판드레우 총리는 그리스가 재정 흑자를 기록한 후에야 시장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으나 언제 재정 흑자가 가능할 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리스 채무 문제를 둘러싸고 유럽 당국은 뚜렷한 해결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실질적인 국가 부도에 해당하는 채무 재조정이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거론되고는 있으나 이를 허용할 경우 유로존 전체에 미칠 파장도 만만찮은 상황이어서 유럽 내 이해당사자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 그룹 의장인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 겸 재무장관은 23일자 독일 슈피겔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재정을 통합한다면 가벼운 채무 재조정이 시작될 수 있다"며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민간 및 공공 부문의 만기 연장이나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 장관도 독일 주간지 벨트 암 존타크와의 인터뷰에서 "민간·공공 부문 채권단이 그리스의 부채 부담을 함께 질 수 있고 그리스가 이 위기를 확실히 극복할 수 있다면 그리스가 내년에 갚아야 할 빚의 채무 만기 연장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ECB)은 채무재조정 안을 강력하게 반대해 왔다. 채무재조정과 관련한 결정이 IMF와 ECB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쇼이블레 장관이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0일 피치는 그리스 장기 국가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3단계 강등하고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렸다.

고강도 재정 긴축 정책으로 인한 경제회복세 둔화 가능성과 구제금융 지원 조건으로 민영화가 요구되며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공동지원 일정이 지연될 위험이 있다는 점이 강등 이유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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