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핵심부품사 유성기업 '만성적자 미스터리'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안정준 기자 2011.05.2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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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부품 70% 공급하고도 3년 영업손실 불구 단기 순익은 늘어


-지분법 이익으로 순이익은 오히려 증가
-증시, "영업이익 냈다간 단가압력 못견뎌"
-노조, 경영승계 포석 등 의혹 제기
-완성차에 천문학적 손해배상금 내야...회사 존폐기로


노조 파업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된 현대기아차 협력업체 유성기업 (2,670원 ▲20 +0.75%)은 현대차와 기아차 엔진 핵심부품인 피스톤링 수요의 70%를 공급하는 핵심 부품업체이다.
하지만 유성기업은 지난 3년간 영업 손실을 내고 있다.



관련업계는 완성차업체들의 단가 후려치기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부품업체들의 눈속임 식 재무표기가 우량기업 '만성적자'라는 모습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성기업은 지난 2008년 30억400만원, 2009년 149억8000만원, 지난해 48억5200만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자동차 엔진부품을 제조하는 유성기업의 직장폐쇄와 파업사태로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중단 위기에 빠진 가운데 23일 오전 충남 유성기업 아산공장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기범 기자 자동차 엔진부품을 제조하는 유성기업의 직장폐쇄와 파업사태로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중단 위기에 빠진 가운데 23일 오전 충남 유성기업 아산공장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기범 기자


◆3년 영업손에도 당기순익 늘어?

문제는 이 기간 유성기업의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늘어났다는 점이다. 30억원 적자를 낸 2008년 유성기업의 당기순이익은 59억2800만원 흑자다. 이듬해인 2009년에는 당기순손실이 16억2400만원 발생했지만 지난해는 118억6100만원의 흑자를 내며 큰 폭으로 턴어라운드 했다.

이는 계열사 지분법 이익이 대거 유입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성기업은 와이엔티파워텍(지주비율 60%), 유성피엠공업(100%), 중국법인인 유백안려활새환유한공사(45%) 등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아직 지난해 실적집계가 이뤄지지 않은 유백안려를 제외한 두 계열사에서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발생했다. 이에 힘입어 유성기업의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은 77억1300만원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상장사인 모기업의 재무제표 상에는 영업 손실을 냈지만 계열사 실적을 더하면 상당한 영업이익을 낸 것이다.

◆업계 "단가 후려치기 피하려는 부품업체 선택"

증권업계는 유성기업의 재무표기에 대해 "현대기아차의 단가 인하압력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영업이익을 냈다가는 단가 인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운 구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대기아차가 한 기업에서 핵심부품을 70%나 공급받는다는 것 자체가 이 이상 원가를 떨어트려 공급할 회사가 없다는 의미"라며 "최저단가로 부품을 공급해야만 하는 부품업체 입장에서 볼 때 해외 계열사를 통해 부족한 이익을 보충한다는 유성기업의 전략 자체가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유성기업과 같은 수익구조를 갖고 있는 부품업체가 상당 수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단가 줄다리기를 하면서 현대기아차에 붙어있으면 망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경영하는 업체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글로벌 부품사 육성은 불가능한 구호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경영승계 위한 구조조정 포석" 주장

유성기업 노조는 만성적자가 경영권 승계를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리해고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5년간 영업손실 발생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유성기업은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유홍우 회장이 대표이사로 경영을 책임지고 있으며 장남인 유시영 사장이 공동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유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뗄 준비를 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기 위한 사전 준비과정에서 의도적인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사측은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유성기업은 파업으로 부품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면 현대차 크라이슬러 등 국내외 완성차 업체에 시간당 18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하기로 돼 있다.
18일 이후 충남 아산공장 생산이 전면중단된만큼 지난주말까지 배상금이 1000억원을 넘어선 셈이다. 이는 지난해 유성기업 매출 2299억원의 절반에 이른다. 따라서 파업 5일만에 회사가 존폐 기로에 서 있는 것.

한편 자동차주가 급락하는 가운데 이날 오전 10시 유성기업 주식은 장중 상한가인 3015원(+14.86%)를 기록하는 등 주가가 급등했다. 사태 조기해결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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